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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쩐의 전쟁→치킨게임'···'고려아연 vs 영풍' 승자 없는 연장 혈투

산업 중공업·방산

'쩐의 전쟁→치킨게임'···'고려아연 vs 영풍' 승자 없는 연장 혈투

등록 2024.10.07 15:09

수정 2024.10.07 15:13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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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반격하자···공개매수가 '66만→75만→83만' 인상관건은 자금력···경영권 명분보다 경쟁적인 '머니게임' 양상"주가 100만원대까지 올라갈 것"···신사업 투자 선결 과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경영권을 둘러싼 명분 싸움으로 시작된 양측의 갈등은 '쩐의 전쟁'에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양측의 투입 자금만 총 5조원을 웃도는 양보없는 머니게임 속에서 이제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고려아연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6만→75만→83만' 위험한 베팅···추가 인상 가능성도


'승자의 저주'를 부르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위험한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손을 잡고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 시작이다. 이후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주당 75만원으로 인상하자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로 주당 83만원을 불렀다. 그러자 영풍·MBK가 83만원에 맞불을 놓으며 결국 '쩐의 전쟁'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양측은 모두 최소 매입 수량마저 없애고, 막대한 추가 자금을 동원해 경쟁적으로 공개매수가를 높이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이제 명분마저 사라진 채 경매장 같은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자금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이번에 영풍·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현재로서는 기간, 물량, 세금 등에 있어 영풍·MBK가 유리한 판세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영풍·MBK가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면) 우리도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고려아연 관계자도 "베인캐피탈 이외의 계속해서 투자자를 찾고 있다"며 또 한 번의 확전을 시사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최근 벌어진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최근 벌어진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주가 100만원 이상 올라갈 것" 영풍·고려아연 '동감'


영풍·MBK와 최윤범 회장이 공개매수가를 높이는 데에는 향후 고려아연의 주가가 100만원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향후 주가가 100만원, 120만원을 갈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면 (비싼 가격에 사 당장 손해로 보이는 부분은)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도 기자회견에서 "영풍 강성두 사장이 한 말 중에 유일하게 공감하는 내용은 고려아연 잠재가치만 따졌을 때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 12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부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고려아연이 영위하는 비철제련업 비롯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성장 동력을 같이 추진하면 앞으로 2~3년 안에 고려아연에 내재한 진정한 가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고려아연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2033년 매출액 25조원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 제련분야 매출액 13조원에 더해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1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13%로 예상되는 EBITDA 수준을 생각하면 주당 80만원은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승자의 저주 '선례' 잊었나···12조원 투자 여력 어디로?


하지만 과거 경영권 분쟁을 벌인 가운데 적잖은 수가 경영권 방어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 '후폭풍'에 시름을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모펀드를 끌어들인 영풍이나 대출로 자금을 마련한 고려아연 모두 '승자의 저주'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 경영진과 영풍·MBK 모두 너무 빠르고 가파르게 주식 매입 가격을 높이는 등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자 고려아연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양측의 머니게임이 끝나면 고려아연이 주가가 분쟁 전인 50만원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쩐의 전쟁→치킨게임'···'고려아연 vs 영풍' 승자 없는 연장 혈투 기사의 사진

특히 무엇보다 5조원대 쩐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고려아연의 사업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출혈 경쟁은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고, 결국 이는 미래 사업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고려아연은 향후 10년간 신사업에 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분야별로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에 8조3000억원, 이차전지 소재 2조1000억원, 자원순환 1조5000억원 등이다. 기존 주력 사업인 제련업에도 약 5조원을 투자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사모펀드인 MBK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중국 매각 등 과거의 인수 사례를 토대로 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비철금속 제련 비전문가인 금융자본으로 인해 고려아연의 현재 경쟁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앞서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이제중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인력들은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경영권을 잡으면 전원 사표를 내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만큼 현 경영진 체제하에 추진하던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경우 지분 다툼을 위해 투자된 돈을 어떻게 다시 회수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지난 3주 동안 오늘만을 보면서 살았기 때문에 내일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고민은 하지 못했다"며 "이후 정확한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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