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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금융사고에 고개 숙인 이석준···"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종합)

금융 은행 2024 국감

금융사고에 고개 숙인 이석준···"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종합)

등록 2024.10.18 17:31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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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사퇴론에 "시스템 문제라면 책임질 수도 있다"금융윤리자격증 도입 등 윤리의식 제고 의지 내비쳐국회 농해수위, 농협 지배구조 문제 사실상 '외면'

(중앙)이석용 NH농협은행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NH투자증권 등'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중앙)이석용 NH농협은행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NH투자증권 등'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잇단 금융사고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사과했다. 농협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금융윤리자격증'을 도입하고 이달 중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과 이 행장은 18일 오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잇단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와에 대한 국정감사는 매년 열리지만 농해수위 위원들의 질의는 농민 지원정책 등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농협은행이 다섯차례나 금융사고를 내면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액(293억원)은 지난 10년간 누적액의 67%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 제도 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직원들이 국민들의 돈을 관리한다는 윤리의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계열사 대표를 소집해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며 "이와 관련해 여러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과거의 금융사고가 드러난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고객들께 죄송···내달 책무구조도 도입"


그러면서 "내부통제 강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관점에서 금융권 최초로 'NH금융윤리자격증'을 도입하겠다"며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이사들에게도 내부통제가 사업 추진과 동일한 중요성을 갖게 되기 떄문에 대폭 강화된 시스템이 작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책임 통감을 넘어 경영진 사퇴 등 고강도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즉답을 피했다. 금융사고가 전반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라면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입장이다.

이 회장과 나란히 증인으로 출석한 이 행장은 금융사고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이 행장은 "직원교육 등 시스템 강화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저희 농협은행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 행장은 "농협은행의 책무구조도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 준비 중이고 이달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연말까지 시스템이 정비되고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데, 차질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임직원 이념교육 강화···전산시스템도 개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은행의 잦은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부족한 이념교육'을 꼽았다. ▲농업인의 문화적 지위 향상 ▲농업의 경쟁력 강화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 등 농업협동조합법이 규정하고 있는 농협의 목적을 잊고 '은행원' 역할만 생각했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농협은 일반 은행과 다르기 때문에 정체성과 이념이 확실하게 정립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사고 방지를 위해 직원 대상 이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협 순회검사역제도를 통해 내부통제 이행실태를 감사하고 있다"며 "다소 부족한 전산시스템도 개선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농협법상 금융계열사 인사권이 없는 농협중앙회장이 계열사 경영과 인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농협금융지주의 독특한 지배구조 탓에 지난 3월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놓고 강 회장과 이 회장은 서로 대립각을 세웠다. 4월에는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정기검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강 회장의 지주 계열사 대표 인사권을 사실상 인정했고,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문제 지적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감원 비판한 농해수위···"농협이 왜 은행법 적용받나"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에게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단행한 것과 관련해 관치금융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질의했다. 주 의원은 농협금융지주가 농협법을 적용받고 있는데도 금감원이 은행법을 적용해 감독하는 건 잘못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언론에서 그렇게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린다"며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에 과도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금감원의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강 회장의 계열사 대표 인사권 관련 논란을 해명할 기회를 줬다. 강 회장은 "선거캠프에서 일한 유찬형 전 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대표로 추천하는 과정에서 이석준 회장과 알력싸움이 있었던 게 맞나"는 박 의원의 질의에 "(계열사 인사와 관련해)농협중앙회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잘하신 것"이라고 평했다.

또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권이 없다고는 하지만 주주권을 통해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나"라며 "(강 회장이)추구하는 책임경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일치할 수 있게 (인사권 행사를)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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