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DSR 페널티 부담에 대출총량 관리 안간힘예대금리차·이자이익 줄어도 더 세지는 당국 압박 금리인하기 운신 폭 좁아진 은행권···'진퇴양난'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은행권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대출총량 규제 강화에 이어 예대금리차를 줄이라는 압박까지 더하고 있어서다. 가산금리를 무리하게 낮추면 대출 가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가계대출 창구를 줄줄이 닫고 있다. 연초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가계대출 증가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내년 대출 성장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경영목표를 초과한 은행은 내년 도입되는 은행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더 낮게 적용받게 된다.
연말까지 가계대출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최근 예대금리차 관리까지 주문하고 있다. 금리인하기에 진입했는데도 가산금리가 여전히 높아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김병칠 금융위원회 부원장은 지난 15일 은행장들을 불러 예대금리차 점검을 요청했다. 김 부원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해 '이자장사'에 치중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미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대출금리를 쉽게 내릴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높게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원성을 높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분기별 예대금리차(잔액기준)는 올 들어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은행의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4분기 2.53%에서 올해 1분기 2.50%로 낮아졌고,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2.36%, 2.24%로 떨어졌다.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올해 3분기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 1분기 1.63%였던 NIM은 3분기 들어 1.52%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3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13.9% 급감한 6조2000억원에 그쳤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은행들은 NIM 하락 추세가 이어졌고, 4분기 NIM도 전분기 대비 평균 약 0.03%p 정도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누적 NIM은 전년대비 0.08%p, 내년엔 0.1%p 정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줄고 NIM이 축소된 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서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과거 변동금리로 대출받았던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결과다.
금융투자업계는 내년 은행권의 실적 눈높이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금리하락에 따른 NIM 축소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올해와 같은 대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잔액기준 코픽스(COFIX)는 3.58%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3.87%였던 코픽스는 10개월 만에 0.29%포인트(p)나 급락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변동이 반영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에 이어 예대금리차까지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은행권은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시장금리 하락 탓에 예금금리를 낮추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대출 가산금리를 내리자니 대출 가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를 경계하고 있지만 대출금리를 내리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예금금리를 내리지 말라는 뜻인데, 금리인하기에 예금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조달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금금리처럼 대출금리도 장기적인 관점에선 낮아지겠지만 아직 집값과 가계대출이 안정화되지 않았다"며 "은행 입장에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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