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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업황을 어떻게 예단하나요"···파두 '수사 리스크'에 반도체 업계 우려↑

산업 전기·전자

"업황을 어떻게 예단하나요"···파두 '수사 리스크'에 반도체 업계 우려↑

등록 2024.12.26 08:26

수정 2024.12.26 09:08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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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특사경의 파두 檢 송치에 의견 분분 "반도체 환경, 기술특례상장 취지 고려해야""가혹한 잣대가 투자 위축시킬 것" 지적도

파두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OCP APAC 서밋 2024'에서 차세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파두 제공파두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OCP APAC 서밋 2024'에서 차세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파두 제공

기술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결국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영업 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금융감독원이 약 1년의 조사 끝에 이들을 검찰에 넘긴 탓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년째 살얼음판을 걷는 반도체 업황과 특례상장 제도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감독당국이 애초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흘러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최근 파두와 상장주관사 NH투자증권 관계자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달라며 검찰에 송치했다.

파두는 2023년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했는데, 금감원 측은 회사 측이 투자금을 끌어모으면서 매출 전망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2022년 말부터 주요 거래처의 발주 감소·중단으로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목표로 한 기업가치 이상으로 상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공모가를 산정했다는 게 그 요지다.

실제 파두는 지난해 8월 1조5000억원(공모가 3만1000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데뷔했지만, 그 해 3분기 매출 3억2100만원에 영업손실 148억원 등 부진한 성적표를 제시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상장 당시 제시한 연간 매출 목표치(약 1203억원)를 크게 밑도는 숫자여서다. 이로 인해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주당 4만5000원이던 주가는 현재 1만4900원(시가총액 7358억원)까지 내려왔다. 금감원도 이 점에 주목해 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놓고는 반론도 존재한다. 특례상장은 당장 수익성이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술·사업모델 측면에서 성장 가능한 기업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불과 1년의 실적을 놓고 기업을 도마에 올리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인식에서다.

실제 특례상장 제도에 올라탄 기업의 실적이 모두 양호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인공지능(AI) 언어 데이터 기업 플리토는 2019년 '사업모델 특례상장 1호' 타이틀을 쥐고 증시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5년이 지난 올해에나 연간 기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이름을 올린 이에이트도 마찬가지다. 당초 연간 38억원의 영업이익 목표를 제시했으나, 3분기까지 79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게다가 파두가 상장한 작년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하강국면에 진입하면서 밸류체인에 소속된 대부분의 기업이 악화일로를 걷던 시기였다. 그 여파에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도 반도체 사업으로만 14조8700억원의 적자를 냈을 정도다. 따라서 파두도 같은 맥락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분명한 것은 올해 파두의 사업 양상이 작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AI 트렌드와 맞물려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서버 등 투자가 늘면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컨트롤러를 주력으로 하는 이들의 영업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5월 192억원의 수주 계약을 시작으로 6월 47억원, 7월 68억원 등 올해만 약 620억원 규모의 일감을 따내며 회복 흐름에 올라탄 모양새다.

동시에 파두는 반도체의 새 미래로 지목되는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시장에 대응하고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회사 '이음'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XL은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여러 반도체 간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로, 이음은 그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위치'에 공을 들여왔다. 서둘러 제품과 기술을 확보해 시장이 열리는 2026년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감원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검찰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인 실적과 주가 흐름으로 특례상장 기업을 무리하게 압박한다면 투자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같은 목표를 수립한 다른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파두 측은 검찰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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