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물주' 아녔어? 연예인 고액 빌딩, 명의가 다른 이유

배우 이병헌, 황정음, 한효주 등 부동산으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누린 연예인들의 소식이 종종 들려오고 있습니다.

역삼동 빌딩을 매입 후 재건축해 보유 중인 방송인 혜리와 신사동 스타벅스 빌딩을 가진 배우 송승헌처럼, 시세차익을 실현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가치가 급상승한 연예인들도 많은데요.

이렇게 부동산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연예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해당 빌딩의 명의가 자신이 아닌 법인 명의라는 것. 물론 그 법인은 타인이 아닌 본인이나 가족이 소유한 것이기에 주인이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왜 이들은 본인이 아닌 법인의 명의로 부동산 투자를 진행한 걸까요?

빌딩을 매입할 때 부족한 자금은 대출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바로 대출을 받을 때 개인보다 법인이 유리합니다.

개인이 대출을 받으려면 RTI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RTI(Rent to Interest)란 임대업이자상환비율로, 대출을 받으려는 빌딩의 가치 외에 임대수익을 통해 이자 상환이 얼마나 가능한지 알 수 있는 지표인데요.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가 대출 이자보다 낮으면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법인은 사실상 RTI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개인 명의로는 대출을 받지 못하는 빌딩도 법인 명의라면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것이죠.

빌딩을 매입한 후 임대소득이 발생했을 때도 법인이 유리합니다.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계산 시 법인은 법인세율이 적용되지만, 개인은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되기 때문. 법인세율은 9~24%인데 반해 개인의 종합소득세율은 최대 45%로 높습니다.

유명 연예인은 방송, 드라마, 영화, 광고 등 활동에 따른 소득이 연간 10억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임대소득이 2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개인 명의는 최고 종합소득세율 구간에 해당돼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해 49.5%의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만 9억9000만원에 달하죠.

반면 같은 상황에 법인 명의는 법인세 19%와 지방세 1.9%만 적용돼 납부해야 할 세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향후 빌딩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을 때도 개인은 종합소득세와 동일하게 양도소득세가 적용되고, 법인은 법인세가 적용돼 세금 차이가 발생합니다.

법인이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개인 명의로 빌딩을 살 때 취득세(취득세+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는 4.6%가 부과되는데요.

하지만 설립한 지 5년이 넘지 않은 법인 명의로 과밀억제권역(서울, 인천, 경기 일부 지역 등)에 있는 빌딩을 구입하면 취득세가 중과됩니다. 4.6%였던 세율이 9.4%로 올라가죠.

단, 설립한 지 5년 이내더라도 법인의 소재지가 과밀억제권역 외에 있으면 취득세 중과는 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법인을 과밀억제권역 외에 설립해 취득세 중과를 회피한 바 있죠.

법인을 활용의 또 다른 단점은 법인에 투입한 자금을 마음대로 뺴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배당이나 상여금 등의 형태로 법인에 투입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인출할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한 세금이 발생합니다. 또 법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장부 관리와 세무 신고 등 제반 업무도 해야 하죠.

하지만 연예인들의 법인에서는 이러한 단점도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본인이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주주총회나 이사회 등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 없어, 대표자가 단독으로 자금 운용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전문기업 트리니티부동산중개(주) 윤은식 대표는 "유한회사는 개인 용도로 자금을 빼내야 하는 일만 없다면, 법인의 장점은 누리면서 개인 명의의 유연한 운영까지 가능하다"고 전했죠.

개인 명의와 법인 명의 차이는 매매 대상이 빌딩이 아닌 주택이 되면 달라집니다. 개인이 주택을 매매하거나 보유할 때는 보유 주택 수, 보유 기간, 명의자의 나이 등에 따라 세액 공제, 세부담상한율 등이 적용돼 세금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인은 개인에게 적용되는 각종 공제 항목이 적용되지 않고, 단일 세율이 적용되며, 종합부동산세에서는 세율이 중과돼 불리할 수 있죠.

윤 대표는 "개인 명의와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에는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며 보유 자산, 지역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부동산 투자 시에는 전문가와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부동산 투자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연예인들이 하는 방법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다가 다른 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더 유리한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