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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제약바이오 성장, 정치권이 막고 있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제약바이오 성장, 정치권이 막고 있다

등록 2025.01.23 14:38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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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그렇지 않아도 죽을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나."

최근 상황에 대해 묻자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지난해 말 탄핵 정국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혼란스러운 국면이 여전한 지금, 상황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바이오 섹터는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외부 환경이 돕지 않는 와중에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요 기업 중 가장 빠르게 실적을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간 매출 4조5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 '4조 클럽'을 달성한 것은 상징적인 일이다.

실제로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31조4513억원으로 사상 첫 30조원을 돌파했다. 신약개발 투자도 늘었다. 국내 기업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 수는 연평균 25.5% 증가해 지난해 2917개를 기록했다. 글로벌 파이프라인 비중은 2023년 13.7%에서 지난해 14.2%로 늘어 세계 3위 신약 파이프라인 보유국으로 올라섰고, 기술수출 계약은 5조원에 달했다.

연중 가장 큰 행사인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도 달라진 국내 기업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한 네트워킹 행사인 '코리아 나이트 @JPM'은 43개사 협찬으로 700여명 이상이 참석해 개최 이래 최다 인원이 다녀갔다. 특히 외국인 참석자가 많이 늘었고, 다수의 바이오텍 대표 및 투자자들이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해외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최근 국내 상황에 대한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국내 기업이 받은 모든 질문을 요약하면 다음 문장으로 요약된다. "한국, 정말 괜찮은 게 맞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자리에서 받는 질문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올해 트렌드를 알리는 JPMHC의 주요 키워드로는 AI, GLP-1, 그리고 트럼프 2기 세 가지가 꼽혔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지난 21일 세계경제포럼에서 "AI 설계 신약을 올해 처음 임상시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은 GLP-1은 당뇨병과 비만을 넘어서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갈 기세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는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해 중국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국도 자국 중심의 제약바이오 공급망 재편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은 선장 없는 배처럼 표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를 연거푸 약속했지만, 당사자가 구속된 상황에서 모든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이달 출범한다고 발표했지만, 앙꼬 없는 찐빵처럼 대통령 없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될 판이다.

불행 중 다행히 점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신년인사회에서 인공지능(AI)·바이오·양자 등 3대 분야를 언급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은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한다. 핵심 분야 투자를 더욱 과감히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누가 수장이 되더라도, 심지어는 수장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도,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는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하루라도 빨리 우리 기업이 "한국, 정말 괜찮은 게 맞냐?"는 질문 대신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질문을 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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