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회장 작년 34억·김남호 회장 30억김 전 회장 역할 '경영자문', 남호씨는 '총괄'소액주주연대 "소송·주총통해 회사책임 추궁"
6일 뉴스웨이 취재에 따르면 경개연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이르면 이번 주 DB하이텍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뒤, 늦어도 다음 주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다. 소송 상대는 지배주주에게 보수를 과도하게 지급한 것에 책임이 있는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김남호 DB그룹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 등이다.
이들이 지적한 부분은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규모다. 현재 DB그룹은 김준기 창업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고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장남인 김남호 DB그룹 회장(현 회장)과 장녀인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체제로 오너 일가가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미등기 임원인 김준기 전 회장이 지난해 보수로 34억원을 수령하면서 경개연을 비롯한 소액주주연대는 과연 이들이 적절한 보수를 수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DB하이텍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DB하이텍 지분 3.61%를 보유한 김준기 전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34억원을 수령했다. 반면 하이텍 지분율이 0%인 김남호 현 회장은 30억원을 지급받았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준기 전 회장이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남호 회장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은 셈이다. 여기에 경개연은 김준기 전 회장과 김남호 현 회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 DB하이텍에서 179억원의 과도한 보수를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김준기 전 회장은 지난해 급여로만 34억원을 수령했고, 김남호 회장은 급여 15억원에 상여 15억88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000만원을 더해 30억89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 외에 ▲최창식 부회장(5억9000만원) ▲조기석 사장(5억5000만원) ▲김주원 부회장(5억2000만원) 순으로 보수가 높았다. 양승주 부사장은 5억 미만의 보수를 수령받아 공시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DB하이텍의 실적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310억원, 영업이익 19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 26.5% 감소한 수치다. 이번 실적은 전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전방 산업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회복이 더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즉, 김준기 전 회장이 타 기업의 선대회장급이긴 하지만 DB하이텍의 실적을 고려했을 때 그간 지급받은 보수 규모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또 개별 기업으로만 따지면 재계 2순위인 SK 최태원 회장(30억원)보다도 보수가 높은 편에 속했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김준기 전 회장의 담당업무는 '경영자문', 김남호 회장의 업무는 '총괄'로 쓰여있다. 김주원 부회장의 업무는 그룹 해외법인이다. 2023년 말 기준 미등기임원 수는 35명, 1인 평균 급여액은 약 46억8000만원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와 김남호는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등기이사이나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에 비해 현저히 과도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며 "업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로 보기 어려우며, 대주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일반주주의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회사의 이익을 자신에게 특별배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액주주연대도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미등기 이사가 경영자문이라는 명목으로 출근도 하지 않고 고액 보수를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소송과 주주총회, 주주제안 등을 통해 회사의 책임을 추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DB하이텍 측은 "김준기 창업회장은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해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35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현재의 DB하이텍이 있기까지 기여한 부분이 크다"며 "지금과 같이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회사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부분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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