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회장 임기 끝났지만 '탄핵정국' 변수로저축은행 해결과제 산더미인데 하마평 '전무' '현업 출신' 오 회장 단독후보 나설 가능성↑
20일 저축은행업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날 오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회추위 구성 안건을 논의한다. 지난 2022년 2월 17일 19대 회장으로 취임한 오화경 회장의 임기는 지난 16일 만료됐지만 아직까지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는 금융당국과 중앙회가 협의해 선거일을 결정한 뒤 본격 시작된다. 선거일 14일 전에 공고를 낸 뒤 선거 일주일 전 회추위가 후보를 추천받게 된다. 다만 현재는 회장 선임 첫 단계인 회추위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차기 회장이 최종 선임될 때까지는 일단 오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한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차기 회장 선출이 늦어진 배경으로는 탄핵정국이 첫 손에 꼽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온 자리에 도전할 인물이 없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수장 자리는 1973년 출범 이후 대부분 관료 출신이 도맡아왔다. 1대 김용건 전 회장부터 19대 오화경 회장에 이르기까지 17명 가운데 민간 출신은 단 3명 뿐이다. 곽후섭(10대), 이순우(17대) 전 회장은 각각 한남신용금고 사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만큼 현업 출신은 오 회장이 유일하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추위는 관료 출신의 단일 후보를 추천하는 관행을 오랜기간 이어왔다. 복수의 후보자가 경쟁하기 시작한 건 7명의 후보자가 지원한 2019년 18대 회장 선출부터다.
하지만 올해는 관료 출신 가운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전무한 상황이다. 현업에서도 오 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벌어진 탄핵정국은 저축은행중앙회의 차기 회장 선출작업에 강한 변수로 작용한 모습이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회추위가 구성되더라도 오 회장이 단독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업권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데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아서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가계부채 부실 우려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비아파트 대출 및 투기·무등급 시공사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경영 정상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2.5%에서 2022년 3.4%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6월 기준)엔 6.6%까지 치솟았다. 전체 79곳 가운데 고정이하여신비율 10%를 초과한 저축은행은 63곳에 달했고, 전체의 절반이 넘는 41곳은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2018년 1월 이후 6년 만에 나온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내렸다. 자산건전성 4등급(취약)인 라온‧안국저축은행은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을 통해 조속히 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저축은행업계는 인수합병(M&A)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국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소형 저축은행들이 하나로 합쳐지면 부실채권 정리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역별 영업구역 제한이 걸림돌이다.
올해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오 회장에게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업 출신인 만큼 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하고 금융당국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분위기다.
과거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두 번이나 있다는 점도 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최병일 전 회장은 2~3대 회장을 지냈고, 5대 회장인 명동근 전 회장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위축되면서 조속한 PF 정상화와 구조조정 연착륙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경‧공매 및 공동매각 지원, NPL 회사 설립 등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제고방안을 연속성 있게 추진할 새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 회장의 연임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