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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고망간강' 앞세운 포스코의 자신감···트럼프發 리스크 정면돌파

산업 중공업·방산 르포

'고망간강' 앞세운 포스코의 자신감···트럼프發 리스크 정면돌파

등록 2025.03.03 10:00

수정 2025.03.03 19:56

광양=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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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글로벌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에 발맞춰 밸류체인 간 연계 강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또한, 에너지 정책 변화 속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현재 포스코는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 강화 일환으로 고망간강 신소재 개발에 한창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은 이미 국내 컨테이너선 LNG 연료탱크와 LNG 터미널 저장탱크에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군용 선박이나 자동차, 파이프 등 다양한 산업군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출신이자 철강생산본부장·철강부문장 등을 역임했던 장 회장은 친환경에너지 소재인 고망간(Mn)강 상용화에 크게 일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중요시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LNG 시장 변화에 맞춰 에너지 밸류체인에 힘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사 맞춤 '고망간강' 생산···기술력·가격 '합격점'


지난달 26일, 비교적 화창한 날씨. 광명역 KTX로 약 3시간, 버스로 약 30분을 달려 처음 도착한 곳은 포스코 광양제철소다. 바다 위에 지어진 광양제철소의 전경은 푸른 빛깔로 가득했다.

단일 제철소 중 세계 최대 규모(630만평)인 광양제철소는 포항제철소보다 1.8배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여의도 면적의 7배가 넘으며, 인근에 위치한 전남 드래곤즈 축구장을 3천여개 모아놓은 크기다. 2024년 기준 광양제철소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2165만톤(t)에 달한다.

고망간강_후판 생산공정. 사진=포스코그룹 제공고망간강_후판 생산공정.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고망간강_후판공장 제품 적치.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고망간강_후판공장 제품 적치.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이날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기자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망간강' 제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광양제철소 후판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기자의 몸과 얼굴을 천천히 감쌌다. 후판 공장 내에는 여러 장비들이 후판 압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었다.

고망간강에 첨가하는 망간은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해 기존 소재로 쓰이던 9%니켈강 대비 약 30% 값싸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생산하는 고망간강 제품은 기술력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고망간강의 가장 큰 특징은 영하 196도 극저온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다는 점이다. 온도가 변해도 강재가 파손되지 않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LNG 저장탱크로 사용하기 적합하다. 포스코는 15년 전부터 고망간강 연구를 시작해 2013년 양산에 성공했으며 최근까지 주요 수요처 요구에 대응할 표준·규격 등록을 진행해왔다.

이곳에서는 두꺼운 후판의 일환인 고망간강을 생산하고 있는데 대부분 자동제어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망간강은 철에 망간을 10~30% 첨가해 만든 합금강으로, 다양한 성능 구현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고유 기술을 통해 망간을 약 22.5~25.5% 비중으로 포함시키면서도 강도가 높고 마모성이 적은 차별화된 합금강으로 뽑아내고 있다.

고망간강은 강도가 워낙 높아 이를 압축해 뽑아낼 수 있는 핵심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포스코는 여기에 맞는 전문 장비를 갖춰 압연 과정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에 들어선 지 3분쯤 지났을까. 가장 끝단에 위치한 가열로 도어가 열리면서 열기 가득한 슬라브(평평한 판재인 반제품)가 빠져나왔다. 슬라브 표면에는 새까만 스케일(불순물 찌꺼기)이 일부분 묻어져 나왔는데, 곧바로 슬라브가 HSB(Hydraulic scale breaker) 설비로 이동해 통과하더니 설비 내 물이 분사되면서 표면의 찌꺼기가 깨끗하게 제거됐다.

정영덕 후판기술개발색션 리더는 "불순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최종제품에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며 "불순물 제거 여부가 제품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슬라브가 설비를 통과해 빠져나오면 곧바로 압연기로 이동해 압연을 시작한다. 공정에는 두 개의 압연기가 있는데 각각 1만2000톤(t)의 압력을 갖고 있다. 압연 작업은 여러 번에 나눠서 하는데, 첫 압연이 끝나면 공정 중간에 배치된 롤러를 통해 슬라브를 밀가루 반죽하듯 쭉 늘린다. 이를 통해 고객사가 원하는 사이즈와 두께를 정밀하게 맞추는 게 핵심이다. 이후 얇게 펴진 슬라브의 사이즈 및 두께 등을 교정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고망간강 품은 LNG 저장탱크···그룹 내 시너지 창출


광양LNG터미널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광양LNG터미널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광양 제2LNG터미널 건설현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광양 제2LNG터미널 건설현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그룹은 그룹 내 시너지를 모아 LNG 관련 생산-운송-저장과 판매-건설에 이르는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에 힘주고 있다. 특히 포스코가 개발한 LNG 저장탱크용 '극저온 고망간강'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제2LNG터미널에도 적용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LNG연료탱크를 한화오션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재, 2024년에는 컨테이너선 LNG연료탱크에 고망간강을 적용하기도 했다.

제철소에서 30분여 정도 버스로 이동했을 무렵, 증설 공사가 한창인 LNG탱크 7호기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탱크의 동그란 외형은 마치 밥솥 모양을 연상시켰다. 탱크 외부 공사는 끝난 상태였고 내부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고망간강은 LNG 터미널 내조 탱크에 적용되는데 이는 영하 163℃의 LNG를 직접 담아두는 곳이다. 탱크 용량은 20만㎘(킬로리터), 탱크 내부 직경은 84m, 높이는 39m 수준이다.

LNG 터미널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핵심 기지이자 우리나라 민간 1호 LNG 수입기지이기도 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남 광양에 20년간 총 1조450억원을 투자해 93만㎘ 저장용량을 갖춘 제1 LNG터미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1호기부터 4호기 저장탱크까지는 내부 소재로 9%니켈강이 적용됐는데, 5호기부터는 극저온용 고망간강이 적용되고 있다. 현재 증설 중인 7·8호기 역시 고망간강 소재가 들어간다. 7·8호기 탱크 증설은 2026년 7월 31일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주성철 포스코이앤씨 차장은 "고망간강이 적용된 5·6호기 탱크 건설을 진행하면서 해당 소재에 대한 특성을 근로자들이 어느 정도 숙달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개선각(플레이트 사이에서 용접하는 각)을 조정하는 등 고망간강 특성에 맞춘 공사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불량률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책에 따른 고망간강 수요 증가 전망···수요처 확대 목표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철강 산업 위기 속에서 '고망간강' 기술을 승부수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LNG 운반선 발주가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에 따른 고망간강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2년부터 카타르와 호주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고 지난해 한국은 4415만톤(t)의 글로벌 LNG 수입량 중 미국으로부터 512만톤을 수입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LNG 수출제한조치 완화와 함께 생산, 수출을 더욱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관세장벽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 속에서 각국에 LNG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려 무역수지 균형을 맞출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회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 변화로 LNG생산, 저장 및 운송, 활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시장 확대가 관측된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정세에 맞춰 LNG 밸류체인 강건화에 매진하고 있으며 고망간강을 LNG 인프라용 소재뿐만 아니라 향후 스텔스 기능의 방위산업 소재로까지 수요처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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