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민의힘-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단행한 공모 유상증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한 당위성, 주주소통 절차, 자금사용 목적 등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에 필요한 정보 기재가 미흡하다고 판단한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증권가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유증이 투자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유상증자의 시점과 자금조달 형태가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발표에 약 일주일 앞선 지난 14일에도 삼성SDI가 기존 발행주식 수의 약 17%에 해당하는 2조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은 같다. 두 기업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유상증자 발표 이후 떨어지는 주가가 싸늘한 시장 반응을 반증했다. 올해 초 신고가를 연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유상증자 이후 16% 가량 급락했고, 삼성SDI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 6.18%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금 마련에 활용된다. 모든 유상증자가 주주들의 미움과 반발을 사는 것은 아니다. 유상증자가 주주들에 대한 설득을 바탕으로 건전하게 진행될 경우 자금 조달을 통해 신사업을 확장하고 부채를 상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 3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에코프로머티의 주가는 유상증자를 공시한 다음 날 상승했다. 에코프로머티의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다음 날인 지난 27일 장중 7만200원에 거래되며 유상증자 발표 직전 거래일 대비 4.46% 증가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 활용 목적과 필요성이 뚜렷하게 제시되면서 주가에 기대감으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글로벌 생산 시설 확대에 필요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 대신 외화채 발행을 선택했다. 지난 26일 LG에너지솔루션은 2조9200억원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했다. 동종업계 삼성SDI가 비슷한 시기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1%대 하락에 그쳤다. 이는 이차전지 관련 종목 중 가장 낮은 하락 폭이다.
기업 입장에서 빠른 자금조달과 빚이 아닌 자본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유상증자는 매력적이다. 다만 주주들의 주머니를 털어 당장 손에 쥐어지는 돈보다 중요한 것은 주주들과의 신뢰다. 유상증자가 '악재'로 작용할지 '호재'가 될지 여부는 기업에 달렸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자금조달 창구는 열려있어야 한다.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강행되는 유상증자가 반복돼 '유상증자 = 주가하락'이라는 인식이 공식으로 변하는 일을 기업들이 자초해서는 안된다. 주주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유상증자를 손쉬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전락하는 일을 기업 스스로 막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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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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