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현금 흐름 불안 가중서울도 일반분양 7주째 '뚝'
미분양 주택 총량이 석 달 만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지만 정국 불안과 신규 분양 급감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청약 순위 내 미분양 가구가 준공 시점까지 나가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시행사와 시공사들은 분양 예정단지를 올해 하반기까지 길게 미뤄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일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61가구로 전월 (7만2624가구) 대비 3.5%(2563가구) 줄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7600가구로 한 달 새 10.9%(2148가구), 지방은 5만2461가구로 0.8%(415가구)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분양 감소는 신규 분양 자체가 급감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올해 1~2월 두 달간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총 1만2825가구다. 이는 지난해 동기 분양물량(3만9924가구)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두 달 합산 분양 가구는 총 3617호로 전년 1만9965가구 대비 81.9% 급감했다.
업계에선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자체 사업을 거의 내려놓다시피 한 데다 웬만한 도급사업 수주도 사업성에 따라 접근하는 와중에, 성패에 따라 회사 경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신규 분양은 무조건 보수적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달 분양을 계획한 아파트 중 실제 분양된 곳은 10가구 중 4가구에 불과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기분양 예정 물량 총 1만2676가구 중 실제로 분양된 단지는 5385가구로 공급 실적률은 42%에 불과했다.
특히 흥행 보증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에서도 일반분양이 7주째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초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삼성물산, 일반분양 482가구) 이후 모집공고 조차 없다. 최근 5년간 서울 시내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에서 당초 이달께 분양할 것으로 예상됐던 구로구 '고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와 강남구 역삼동 '자이 더 캐럿 141', 성북구 동선2구역 등 3개 단지의 공급 계획이 일단 5월 이후로 미뤄졌다. 또 송파구 잠실동 미성크로바아파트를 재건축 중인 '잠실르엘'(롯데건설, 일반분양 213가구)은 올 상반기 분양을 추진했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와 강남구 역삼동 '역삼센트럴자이' 등도 분양 임박 단지로 분류됐다가 현재는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탄핵 정국과 향후 예상 흐름, 학교용지 부담률 조정 시기 등을 종합할 때 빨라도 6월부터 분양 물량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또한 국정 안정과 발주처의 판단 등에 따라 유동적인 부분이라 적극적인 분양 공고는 확신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 건설사 유동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2만3772가구로, 2013년 10월(2만 4667가구) 이후 11년 4개월 만에 가장 크게 불어났다. 이 가운데 지방 물량(1만9179건)만 81%에 달한다.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이달 말까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신청을 받겠다고 했지만, 매입 가격과 시행·건설사의 희망가에서 괴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또 LH 재분양 시 빈집으로 남게 될 경우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LH는 매도 신청인(건설사)이 접수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와 매입 심의, 감정평가 산정, 매매 협의, 하자 점검 등의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매입 산정가는 '감정평가금 X 83% ±조정률'로 정했다. 조정률은 개별 아파트 분양률과 준공 후 미분양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총 3000가구 규모로 매입 목표치가 낮고 미분양 주택이지만 제값에 매도하고 싶은 업계의 입장과 낮게 매입하려는 LH 입장이 맞설 수밖에 없다"며 "현재 건설 경기를 감안할 때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와 건설사 유동성 문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으로 LH 매입 정책이 발표됐지만 시장 수요 위축을 단기간에 반전시키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의 청약 심리는 위축된 상태이고, 건설사들 역시 신중한 분양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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