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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마트가 맛집 된다"···이마트 고덕점, 식품 특화 '새 출발'

유통·바이오 채널 르포

"마트가 맛집 된다"···이마트 고덕점, 식품 특화 '새 출발'

등록 2025.04.17 17:08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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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000개 그로서리 상품, '푸드마켓' 정체성 입증도시락·샐러드·컵과일···'한 끼'에 최적화된 델리의 힘시식·체험·팝업존···쇼핑을 넘어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17일 그랜드 오픈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에 고객들로 북적인다./사진=조효정 기자17일 그랜드 오픈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에 고객들로 북적인다./사진=조효정 기자

아마트가 첫 선을 보인 식품 특화 매장이 오픈 첫 날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이 문을 여는 순간,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정각이 되자마자 입구를 지나 카트를 밀고 들어온 손님들의 걸음이 분주했다. 누군가는 축산 코너로 달렸고, 누군가는 과일 코너에서 눈을 반짝였다. 고기며 과일이며 손질된 채소며 도시락까지, 이곳은 말 그대로 '신선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분위기도, 진열대도, 공기까지도 어쩐지 싱싱했다.

신선식품을 전면에 내세운 매장이란 정체성은 입장과 동시에 확연했다. 매장 면적의 약 95%를 채운 1만3000개 그로서리 상품은 고객의 동선을 따라 리듬감 있게 이어졌고, 특화존 21곳은 단순한 진열이 아니라 하나의 큐레이션 공간처럼 구성돼 눈과 입을 동시에 자극했다. 글로벌 가든, K-흑돼지존, 연어의 모든 것 등 세분화된 코너는 상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식문화 여행'처럼 느껴졌다.

오피스 단지 내 있는 매장인 만큼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저렴하고 신선한 한 끼 식사용 식품들이 다양하게 매대를 채우고 있다./사진=조효정 기자오피스 단지 내 있는 매장인 만큼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저렴하고 신선한 한 끼 식사용 식품들이 다양하게 매대를 채우고 있다./사진=조효정 기자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이곳이 단지 장보는 공간을 넘어서 '한 끼'에 최적화된 공간이란 점이었다. 이 지역의 핵심 상권이 신도시와 오피스타운인 만큼, 직장인을 위한 델리존의 구성이 날카로웠다. 테이스티픽 코너에선 초밥과 샐러드, 볶음밥 세트 등으로 구성된 간편식이 큼직하게 진열돼 있었고, 손질 채소나 컵 과일, 샐러드 믹스 등은 '바로 집어가기 좋은' 거리감으로 손님을 유혹했다. 오전 시간임에도 직장인 차림의 손님들이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장면은 이 마트가 왜 '푸드마켓'이라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매장 전체를 관통하듯 설치된 판촉 부스와 팝업존은 고덕점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다양한 식품 브랜드가 자체 부스를 차려 시식과 체험 행사를 펼쳤고, 일부 부스에선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나와 제품을 소개하거나 조리 과정을 시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게 마트야, 축제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아이 손을 잡고 다니던 가족 단위 고객들이 함께 줄을 서서 시식을 기다리는 모습은 마트라는 공간이 더 이상 소비의 장소만이 아니라, 체험과 놀이의 장소가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쪽에서는 희귀 위스키를 사기 위한 줄이 형성돼 있었고, 다른 쪽에선 초특가 치즈를 시식한 고객이 장바구니에 덥석 담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 옆 '치즈 플리즈' 존은 국내 할인점 중 최대 규모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채로운 수입 치즈들을 선보였고, '스위트 스트리트'에서는 인기 젤리와 간식류가 작은 편집숍처럼 꾸며져 있었다.

이마트 고덕전 내 다양한 팝업부스와 판촉행사는 축제에 온 듯한 느낌도 들게 했다./사진=조효정 기자이마트 고덕전 내 다양한 팝업부스와 판촉행사는 축제에 온 듯한 느낌도 들게 했다./사진=조효정 기자

가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삼겹살·양파·대파·애호박 등 장보기 필수 10대 품목은 '최저가 수준'을 내걸었다. 실제로 양념소불고기 1팩(800g) 9980원, 손질 오징어 1마리 1980원, 바나나 한 송이 980원, 계란 한 판 2880원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은 대형마트 평균 대비 한참 낮았다. 이른바 '10대 생필품 최저가' 정책은 단순히 저렴함을 넘어 고객의 장바구니 심리를 정확히 겨냥했다.

이마트는 이번 고덕점을 '본업 경쟁력'의 집약판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한 마트가 아닌, 식료품에 특화된 미래형 리테일 모델로서 온·오프라인 유통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지난 12월 대구 수성점에서 푸드마켓 모델을 처음 선보인 후, 5개월 만에 서울 고덕에 두 번째 점포를 연 것도 이 흐름을 본격화하려는 시도다.

타 대형마트뿐만아니라 이마트 타 지점에서도 보기 어려운 희귀한 신선제품들도 매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사진=조효정 기자타 대형마트뿐만아니라 이마트 타 지점에서도 보기 어려운 희귀한 신선제품들도 매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사진=조효정 기자

앞으로 이마트는 기존 점포를 전면 리뉴얼하며 '몰(Mall) 타입'과 '식료품 특화형 푸드마켓'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단순한 물건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가능한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식과 조리, 큐레이션과 소통,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구성은 온라인 유통이 넘볼 수 없는 오프라인 매장만의 고유한 무기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건 더 이상 '가격'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감각'이라는 것을 이마트는 이번 고덕점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냈다.

계산대까지의 여정이 귀찮은 노동이 아니라, 신선하고도 즐거운 탐험. 전통 시장처럼 북적이고, 셰프의 주방처럼 다채롭고, 합리적인 가격표가 붙은 이곳. 고덕에선 마트가 진짜 맛집이었다. 게다가 이 맛집은, 장보는 재미까지 함께 판다. 이마트는 이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팔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꽤 괜찮은 가격에, 제법 만족스럽게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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