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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정용진의 반격, 쿠팡과는 다른 물류 철학

유통·바이오 채널

정용진의 반격, 쿠팡과는 다른 물류 철학

등록 2025.04.24 16:02

수정 2025.04.24 16:14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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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울산·전북까지 새벽배송 확장CJ대한통운 협업 통한 전국 배송망 완성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물류 시장에서 또 한 번의 반격에 나섰다. SSG닷컴은 최근 울산과 전북 지역으로 새벽배송망을 확대하며 전국 광역시 배송 체계를 완성했다. 쿠팡이 '속도'로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정 회장은 '구조'로 응수한다.

SSG닷컴은 오는 25일부터 울산광역시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하고, 4월 1일부터는 전주시·익산시·군산시로 배송권역을 확장한다. 밤 10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도착하는 구조다. 신선보장제도와 최대 10만 원까지 보상하는 '페이백' 정책은 속도보다 신뢰를 우선시하는 전략적 기조의 일환이다.

이번 확장은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 최대 물류 인프라를 가진 CJ와의 파트너십은 대규모 자체 투자를 생략하면서도 전국 단위 커버리지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쿠팡이 물류 전 과정을 내재화해 속도와 품질을 직접 통제한다면, SSG는 유통망과 파트너십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산 효율 극대화에 집중한다.

SSG닷컴이 쿠팡식 물류 모델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쿠팡 모델은 강력하지만 자본 집약적이다. 풀필먼트센터 건설, 직고용 인력 운영 등에서 발생하는 고정비 부담은 막대하다. 반면 SSG는 이미 전국 100여 개 이마트 점포와 냉장·냉동 유통망, 자체브랜드 조달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산을 디지털에 맞게 연결하고, 외부 물류 전문성과 결합하는 방식이 전략적으로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정용진 회장의 방향성은 단순히 SSG닷컴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신세계푸드, 스타필드, 조선호텔까지 이어지는 계열사 전체가 '오프라인 유통 경험'을 만들고, 이를 디지털로 연장하는 구조다. SSG닷컴은 그 핵심 접점 역할을 수행하며, 배송은 그중 하나의 수단에 가깝다. 쿠팡이 '배송을 위한 플랫폼'이라면, SSG는 '브랜드와 공간을 연결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실제 성과도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2024년 3월 새벽배송 전체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축산(13%), 과일(12%), 채소(10%) 등 신선식품 중심의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고, 피코크·노브랜드 등 자체브랜드 기반 간편식 매출 비중도 18%에 달한다. 식품 외 비장보기 상품군 매출은 78% 급증하며 생활밀착형 서비스로서의 입지도 강화되고 있다.

정용진의 반격, 쿠팡과는 다른 물류 철학 기사의 사진

반면 쿠팡은 물류 전 과정을 내재화해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은 3월 기준 월 카드결제 추정액 3조2213억 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1인당 결제단가는 20만 원, 재구매율은 83%에 달한다. 2위 11번가(2915억 원)와 비교하면 11배 이상의 격차이며, 2위부터 10위까지 모든 플랫폼의 거래액을 합쳐도 쿠팡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쿠팡과 SSG닷컴의 물류 전략을 '수직 통합'과 '수평 연결'의 구조적 차이로 본다.
쿠팡은 제품 보관부터 포장, 배송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며 운영의 일관성과 속도 확보에 집중한다.

반면 SSG닷컴은 기존에 보유한 오프라인 점포와 조달망을 바탕으로 외부 물류망과 협력해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는 물류 자산의 소유 여부가 아닌, 운영 방식과 리스크 분산 전략의 차이로 이어진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배송 커버리지는 확보했지만, 플랫폼 사용자 체류 시간과 1인당 구매 빈도, 장기 충성도 확보에선 여전히 쿠팡에 압도적으로 밀린다. 또한 물류 전 과정을 위탁한 구조에서, 사용자 경험의 디테일까지 통제할 수 있는 운영 역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 경쟁의 초점이 '배송 기술'에서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구조'로 이동하는 가운데, SSG닷컴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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