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지자체, 공급 방식 놓고 엇박자매 대책마다 지자체 반대 목소리이견 장기화 시 공급 표류 불가피
정부는 지난 29일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총 6만가구를 공급하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수도권 도심 내 공공 주도 개발을 통해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서울시를 중심으로 한 지자체들은 정부 대책에 선뜻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 자체에는 공감했지만 공공 주도 일변도의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비사업과 도심 개발의 실질적 동력은 민간에 있다며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정상화를 통해 민간의 사업 여건을 살려야 한다는 이른바 '민간 숨통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책 발표 직후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각을 세웠다. 서울시는 이번 공급대책이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 결정이라고 지적하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공급 속도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장 차는 개별 사업지를 둘러싸고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규모 확대에 대해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최종 승인권자로서 기존 6000가구에서 8000가구까지는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정부는 이를 넘어 1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역 여건과 사업성, 주민 수용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속도만 앞세웠다는 입장이다.
태릉CC 개발을 두고도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세계유산 영향평가 등을 거쳐 6800가구 공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지만 서울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공급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환경·교통 문제와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대신 상계·중계 등 노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착공 시점을 둘러싼 인식 차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국공유지나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급의 경우 부지 정비와 인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빠르면 2029년 착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공공 주도 사업인 만큼 관계기관 협업을 통해 절차를 단축하고 가능한 사업지부터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외에도 경기 과천시 역시 공공 주도 공급 방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천시는 이미 다수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반시설 확충 없이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경우 도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령부 부지에 98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두고도 지역사회에서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앞서 과천정부청사 유휴부지 개발 계획이 주민 반발로 백지화된 전례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0년 8·4 주택공급 대책 발표 때에도 반복된 바 있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한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 방안에 대해 서울시와 과천시 등 다수 지자체가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여권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 역시 주택공급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구조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조율 없는 공급 확대가 반복될 경우 도심 주택 공급 일정 전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공급 정책을 추진할 때는 지자체와 주민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사업 단계에 들어가면 지자체마다 민원 관리와 정치적 부담부터 계산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더군다나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결국 책임은 피하고 성과는 가져가려는 구조가 정책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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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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