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7억 성과급, 축하만 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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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성과급, 축하만 할 수 없는 이유

등록 2026.05.28 17:50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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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168일 간이나 끌어온 긴 갈등을 마침내 봉합했다. 사측과 노조는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 끝에 도출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6만 5000여 명 조합원의 과반 동의를 얻으며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로써 반도체 슈퍼사이클 초입에서 사상 초유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총파업 리스크'는 일단 극적으로 해소됐다.

이번 국면을 거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위상은 그야말로 '신(神)'의 영역으로 격상됐다. 타 산업군이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에 빠진 사이에 홀로 질주하던 반도체 호황이 이제는 확정된 보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성과급 추산액은 약 6억원, SK하이닉스는 7억원 수준까지 거론된다. 평균 연봉 1억원 안팎인 직원들이 연봉의 몇 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손에 쥐는 현실이 온 것이다.

이 축제는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는 2027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무려 44조2906억원, SK하이닉스는 34조7351억원에 육박한다. 이 추정치대로라면 내년에도 반도체 임직원들은 7억~8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급은 월급대로 오르고, 수억원대 성과급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말 그대로 회사 다닐 맛 나는 별천지다.

이 압도적인 숫자는 균열을 만들고 있다. 반가운 균열로는 '의대 공화국'의 흔들림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최상위권 인재가 의대로 향하는 흐름을 일종의 상수처럼 받아들여 왔다. 안정성과 기대소득 앞에서 공학과 제조업은 늘 후순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성과에 대해 기본급의 2964%에 달하는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한 이후 인재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채용연계 계약학과 경쟁률이 의대를 제쳤고 "커서 SK하이닉스에 가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의대 일변도의 인재 쏠림이 완화되고, 우수 인재가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으로 향하게 되니 국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타결로 반도체 업계의 보상 기대치가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이 흐름은 당분간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불편한 균열도 있다. 수억원대 성과급이 반도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다른 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삼성 집안부터 비상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안이 최종 확정되면서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 내부에서는 불만과 동요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같은 삼성 사원증을 달고 일하는데 누구는 수억원을 챙기고 누구는 손가락만 빨아야 하느냐는 식이다.

그룹 울타리 밖의 현실은 더 잔인한 부메랑으로 다가온다. 묵묵히 국가 경제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반도체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 체계를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다른 업종으로 번질 경우, 지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인력 이탈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대기업과 반도체 업계로 인재가 더 쏠리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 깊어지고, 산업 양극화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초호황이 만든 천문학적 성과급 잔치. 꿈의 직장이 주는 정당한 보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노사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반도체 호황이 만든 보상 체계의 파장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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