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896조 호남·392조 충청 투자···관건은 전기와 물

산업 전기·전자

896조 호남·392조 충청 투자···관건은 전기와 물

등록 2026.07.02 15:09

강준혁

,  

신지훈

  기자

송전망·용수망 등 인프라 구축 속도 투자 성공 좌우공급 안정성 미확보 시 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896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392조원 규모의 충청권 첨단산업 투자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산업 지형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의 시선은 투자 규모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할 전기(전력)와 물(산업 용수) 인프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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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호남 800조원, 충청 392조원 등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 계획이 발표됨

국가 첨단산업 양대 축으로 반도체·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전국 확산 추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참여

핵심 과제는 인프라

공장 건설 전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이 필수

인프라 구축 속도가 투자 일정과 성패 좌우

교통, 정주여건 등 인재 확보 위한 환경도 중요

산업용수 확보 난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하루 65만톤 용수 필요

정부는 댐 운영, 수계 조정, 하수 재이용 등으로 공급 계획

업계는 지역 용수 자립도 낮고 가뭄 리스크, 인허가·갈등 가능성 등 우려

전력 공급과 송전망 이슈

호남 클러스터 약 6.3GW 전력 필요, 원전 5~6기 수준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이나 공급 안정성·송전망 구축이 관건

송전선로 건설 지연, 계통 부족 등 지역 갈등과 인허가 문제 존재

주목해야 할 것

정부, 100일 내 종합지원계획 마련 방침

기업 투자 일정과 인프라 구축 속도 맞물려야 성공 가능

프로젝트 경쟁 상대는 다른 지역이 아니라 시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공장 착공보다 송전망과 용수 공급망 구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프라 구축 속도가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 전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2일 충남 아산에서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이 참여하는 총 392조원 규모 투자 구상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호남권 896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됐다.

호남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 충청은 패키징·디스플레이·바이오 중심 거점으로 각각 구분된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 생산 체계를 전국으로 분산하는 대형 산업 프로젝트다.

다만 핵심 변수는 인프라다. 전력과 용수, 송전망, 정주 여건이 유기적으로 갖춰져야 공장 가동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특히 전기와 물이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물 사정'에 설왕설래···정부 자신에도 업계선 '회의론'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과제는 산업용수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웨이퍼 세정 등 과정에 초순수(Ultra Pure Water)가 대량 투입된다. 초순수는 고도 정제 공정을 거친 물로, 생산 과정 전반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하루 약 65만톤의 용수가 필요하다. 이는 중소도시 생활용수 사용량을 웃도는 규모다. 정부는 영산강·섬진강 유역 댐 운영과 일부 수계 조정, 하수 재이용 등을 통해 하루 100만톤 이상의 산업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며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정부의 설명에도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23년 11월 수립된 '제1차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유역물관리종합계획(2021~2030)'에 따르면 당시 환경부는 호남을 심각한 용수 부족과 가뭄 리스크에 노출된 지역으로 진단했다. 광주를 포함한 영산강 유역의 용수 자립도는 20%에 불과해 섬진강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주암댐과 섬진강 하류 일부 유역도 가뭄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충청도 역시 수차례 가뭄으로 조명받았던 터라, 용수 수급 방안에 관심이 모인다.

공급 안정성도 미지수다. 반도체 공장까지 물을 보내기 위해서는 취수시설과 도수관로, 송수관망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고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허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지역 간 물 이용 갈등 가능성도 변수다.

정부는 이 같은 현지 물 사정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댐 활용을 넘어 광역상수도 확충과 광주 등 지역 하수 재이용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청권 역시 첨단 패키징과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로 산업용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공통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용수가 부족해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투자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까지 제시돼야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 공급도 문제···'전원 믹스' 불가피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전력 문제는 더 복합적이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약 6.3기가와트(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형 원전 5~6기 수준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발전량 자체보다 전력 품질과 공급 안정성이다. 순간적인 전압 변동만으로도 생산 중인 웨이퍼 전체가 불량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망을 함께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호남은 국내 최대 태양광·풍력 발전 지역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여건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은 야간 발전이 불가능하고 풍력 역시 기상 조건에 따라 출력이 달라진다. ESS 역시 보조 수단 성격이 강해 장기간 변동 상황까지 감안하면 추가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과 LNG 발전을 병행하는 현실적인 전원 믹스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호남은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지만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저전원과 송전망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전력은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전 확대와 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 LNG 열병합발전 추진 등을 요청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도 "반도체 생산 팹을 건설하려면 대규모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용수 확보, 그리고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제는 발전량이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반도체 공장까지 끊김 없이 보내줄 계통과 송전망에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호남 지역은 이미 계통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이 반복되고 있다. 반대로 대규모 반도체 단지가 들어서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초고압 송전망이 추가로 필요하다. 문제는 송전선로가 대표적인 지역 기피시설이라는 점이다.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 반대와 인허가 문제로 수년씩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영남 원전 전력을 호남으로 보내는 동서축 송전망과 전남 남부 발전단지에서 광주권으로 연결되는 계통이 적기에 구축되지 않을 경우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청권 역시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에 맞춰 송전망과 계통 보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력과 용수 외에도 교통, 주거, 교육 등 정주 여건 역시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은 수천 명 규모의 연구개발(R&D)·생산 인력이 장기간 근무하는 시설인 만큼 교통과 주거, 교육·의료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날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GTX의 천안·아산 연장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충청권 첨단전략산업 TF를 가동해 100일 내 종합 지원계획을 마련하고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남 896조원, 충청 392조원 프로젝트 모두 결국 성패는 인프라 속도에 달려 있다"며 "물과 전기, 송전망, 교통망이 일정에 맞춰 구축되지 않으면 투자 역시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메가프로젝트의 경쟁 상대는 지역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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