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AI·충청 첨단제조·영남 우주산업···권역별 메가프로젝트 본격화산업단지 넘어 주거·상업·교통 인프라 확장···지방 부동산 새 성장축 부상기업 투자·정주여건이 지역 가치 좌우···산업 따라 부동산도 '옥석 가리기'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가 첨단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첨단산업 개발축이 호남과 충청, 영남 등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배후 주거단지, 상업시설, 물류단지, 교통망 구축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서다. 과거 판교테크노밸리와 동탄신도시 등이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듯 이번 프로젝트 역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산업단지는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니다. 대규모 기업이 입주하면 협력업체와 연구시설, 오피스, 물류센터가 함께 들어서고 이를 뒷받침할 주택과 상업시설, 학교와 병원, 공원 등 생활 인프라가 뒤따른다. 산업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가 다시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감안해 권역별 특성을 반영한 첨단산업 육성 전략도 제시했다. 호남은 AI·에너지, 충청은 행정과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한 첨단 제조, 영남은 제조업과 미래모빌리티·우주산업을 각각 핵심 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인재를 전국으로 분산하는 동시에 지역별 비교우위를 극대화해 권역별 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청사진이다.
실제 호남권은 최근 개발 밑그림이 가장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광주를 AI 국가시범도시로 육성하고 군공항 이전 종전부지를 AI·에너지 중심의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R&D) 기능, 첨단기업이 집적되면 산업단지를 넘어 배후 주거단지와 상업·업무시설, 교통망 등 도시 인프라 개발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는 개발 기대감에 따른 투기 수요 유입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종전부지 일대의 토지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선제적인 시장 관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본격화될수록 실수요 중심의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사업 추진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은 행정수도 기능 강화와 첨단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대표적인 부동산 수혜 지역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세종 이전과 국회 세종의사당 조성 등을 중심으로 행정 기능이 확대되고, 대전 R&D, 충북 바이오, 충남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연결하는 첨단산업 혁신벨트도 조성될 예정이다. 행정과 산업 기능이 함께 확충되면서 기업과 인구 유입이 늘고, 이에 따른 주거·상업시설과 생활SOC 개발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영남권은 제조업 기반에 AI와 우주항공을 더한 미래산업 거점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우주항공 산업벨트를 구축하고 구미·창원·울산 등 기존 제조업 거점에는 AI 기반 제조혁신과 미래모빌리티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등이 반도체와 AI, 우주·항공 분야에 총 300조원 이상의 투자를 예고하면서 산업단지 확장과 R&D 시설, 배후 주거단지, 상업·업무시설 개발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권역별 첨단산업 육성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배후 주거 수요가 늘어나고 업무시설과 상업시설, 물류센터 개발이 잇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실제 판교테크노밸리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동탄신도시도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아파트 공급과 상권 형성이 동시에 이뤄지며 지역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 역시 산업시설을 넘어 신도시급 도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방 부동산의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처럼 산업단지 지정만으로 땅값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다. 실제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 교통망 확충, 생활SOC 조성이 함께 이뤄지는 지역은 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겠지만, 계획 발표에 그칠 경우 개발 기대감도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산업 경쟁력과 정주여건을 함께 갖춘 지역이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도 이번 프로젝트를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등 핵심 공정은 대형 EPC 업체들이 맡겠지만 산업단지 조성과 택지개발, 공동주택, 도로·철도, 물류센터, 상업시설 등 후속 사업은 중견·중소 건설사까지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하나가 조성되면 주거와 상업, 인프라 개발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건설업계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산업단지가 조성된다고 곧바로 지역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 혁신도시나 일부 국가산업단지처럼 기업 유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주택 수요도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 교통망 확충, 교육·의료시설 등 정주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부동산 가치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가 첨단산업 프로젝트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사업에 가깝다"며 "기업이 들어오고 사람이 모여야 주택과 상권도 살아나는 만큼 앞으로는 산업 경쟁력과 정주여건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 지방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