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아닌 '업무 연장선'···"RFI 진입해야 거래량 커질 것"런던 우회 대신 서울 본점 전면에···교대·인력 충원으로 대응
오전 9시, 외환시장의 개장을 알리던 이 상징적인 시간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마침표가 사라진 24시간 체제 속에서 딜러들은 '새로운 하루의 시작' 대신 끊임없이 돌아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업무의 연속선 위에 올라타 있었다.
외환시장 24시간 전면 개방 직후 찾은 하나은행 딜링룸은 대격변에 대한 당혹감 대신 쉼 없이 굴러가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덤덤하고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수백 대의 모니터 앞에 선 직원들은 화면을 응시한 채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일 뿐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딜러는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크게 바뀐 건 없어요. 원래부터 대고객 거래는 24시간 내내 풀로 돌리고 있었거든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외환 관리·운용 직원들이 밤을 지키는 뼈대는 이미 수년 전부터 가동 중이었기 때문에 현장 실무진에게 이번 24시간 개방은 늘 해오던 업무의 '무한 연장선'에 가까웠다. 딜링룸 곳곳에는 이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야간 시간대 원·달러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개방 첫날 새벽 2시부터 6시 사이의 거래는 일단 잠잠하게 흘러갔다. 한국 심야 시간대에는 국내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 활동이 멈추기 때문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래량이 많지 않았고 특이사항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유명곤 하나은행 FX플랫폼사업부 팀장은 "이번 24시간 개장은 결국 RFI(인가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같은 외국 금융기관들이 우리 외환시장에 원활하게 들어오게 하려는 인프라"라며 "향후 이들의 참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돼야 진짜 거래량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쉬지 않고 거래되는 만큼 인력 배치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인력 보강을 요청해 둔 상태다.
현재 하나은행은 주간(9시~18시)과 야간(21시~익일 06시) 정규 근무를 주축으로, 공백 시간대에는 순번을 정해 2명씩 딜링룸을 지키는 릴레이 체제를 작동 중이다. 과거 휴일에는 1명만 나와 모니터링을 했지만, 이제는 주말에도 시장이 돌아가면서 당직 인력을 2명을 교대 체제로 늘려 배치하기로 했다.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무자들의 일상의 작은 변화들도 눈에 띈다. 새벽 가동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아침 6시에 출근했다는 그는 "아침 6시까지 나와야 하는데 그 시간에 첫차가 안 오더라. 결국 택시를 잡아타고 출근하는 소소한 애로사항이 생겼다"며 웃어보였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규모 매도세 등 야간 돌발 상황에 대한 비상 체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단단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미 전쟁이나 계엄령 같은 극한의 외부 충격 상황에서도 즉각 관리할 수 있도록 주야간 불문하고 상시 비상대응 훈련이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장이 끊기지 않고 계속 열려있어 리스크를 즉시 해소할 수 있는 툴이 생겼다"며 긍정적으로 판을 바라봤다.
특히 하나은행은 타 시중은행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 런던 데스크에 인력을 대거 파견해 현지에서 서울환시에 참여하는 것과 달리, 하나은행은 서울 본점이 직접 관리하는 체계다. 현재 런던 자금센터에 7명의 인력이 파견되어 있긴 하지만, 이들은 현지 고객 마케팅과 거래에 집중하고 전체적인 서울 시장 거래는 이곳에서 전적으로 대응한다.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전산 자동화 시스템에 대해서도 딜러의 '진짜 역할론'을 강조하며 현장의 긴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동화 시스템이 고객 거래를 편리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결국 '수익'을 내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유 팀장은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 수익도 나지 않는다"며 "결국 딜러가 직접 적정한 리스크를 테이킹(감수)하고 그 안에서 수익 기회를 발견하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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