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M&A 대신 생산 기반 확대 전략기존 사업 성장 둔화에 신성장동력 모색첫 수주와 공장 가동률이 성패 좌우
롯데그룹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과 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4조6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추진하며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CJ와 오리온이 각각 신약 개발과 인수합병(M&A) 전략을 택한 것과 달리 롯데는 생산 기반 확보에 집중했다. 업계에서는 사업모델의 차이가 각 기업의 투자 전략은 물론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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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며 4조6000억원 중장기 투자 계획을 추진 중
주력 사업 성장 둔화 속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 집중
CJ, 오리온 등 경쟁사는 신약 개발, 인수합병(M&A) 등 각기 다른 전략 채택
롯데,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에 1조4000억원 투자
2030년까지 4조6000억원 추가 투자 계획
송도 바이오캠퍼스 완공 시 총 36만리터 생산능력 확보
설립 이후 누적 유상증자 규모 약 1조5000억원
롯데, 미국 BMS 시러큐스 공장 인수로 CDMO 시장 진입
생산시설과 글로벌 거점 확보,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사업 접기 어려운 단계
첫 대형 수주와 송도 1공장 가동률이 사업 성패 좌우할 전망
롯데, 기존 유통·화학 등 대규모 생산설비 경험을 CDMO 경쟁력으로 활용
CDMO는 초기 투자 부담 크지만 장기 계약 통한 안정적 매출 기대
신약 개발보다 실패 위험 낮고, 생산·품질관리 역량이 핵심
올해 안에 송도 1공장 GMP 구축 완료, 글로벌 제약사와 첫 상업 생산 계약 기대
첫 수주가 후속 계약과 매출 안정성에 결정적 영향
롯데바이오로직스, 투자 성과 입증 압박 커질 전망
CJ는 신약, 오리온은 인수···롯데는 CDMO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유통기업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접근 방식이 크게 다르다. CJ는 신약 개발에, 오리온은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 인수에, 롯데는 생산시설 구축을 통한 CDMO 사업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같은 바이오를 선택했지만 사업모델이 다른 만큼 투자 방식과 성장 전략도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CJ는 연구개발 중심 전략을 택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했고, CJ제일제당은 2021년 약 2677억원을 투자해 네덜란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며 생산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사업 정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CJ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 5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CJRB-101'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자진 종료했다. 회사는 바이오 사업을 축소하거나 신약 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며 다른 파이프라인 개발은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 2024년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 뒤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보다 이미 기술력과 글로벌 기술이전 경험을 갖춘 기업을 확보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리가켐바이오가 국민성장펀드의 첫 바이오 직접투자 대상으로 선정되며 성장 기반도 한층 강화했다.
반면 롯데는 바이오 진출 초기부터 자체 신약 개발보다 CDMO를 선택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대신 생산하는 CDMO 시장에 뛰어들었다. 연구개발보다 생산시설과 품질관리 역량, 고객사 확보가 핵심 경쟁력인 제조업형 사업모델이다.
롯데는 바이오를 그룹의 핵심 신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직접 찾아 사업 추진 현황과 글로벌 수주 전략을 점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그룹은 여러 신사업 가운데 왜 바이오를 핵심 축으로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배경은 밝히지 않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바이오는 그룹이 주요하게 생각하는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신사업"이라며 "왜 바이오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CDMO를 선택한 배경으로 기존 사업 구조를 꼽는다. 신약 개발은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임상 실패 위험이 크고 상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CDMO는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은 크지만 생산 기반과 고객사를 확보하면 장기 계약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기 좋은 분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통과 식품, 화학 등 대규모 생산설비를 운영해온 롯데 입장에서는 높은 성공 확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신약 개발보다 생산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CDMO가 상대적으로 적합한 사업 모델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성공하면 수익성이 매우 크지만 실패 위험도 높은 사업"이라며 "반면 CDMO는 생산능력과 품질, 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을 갖추면 제조업처럼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말했다.
1조 넘게 투입···"이제는 멈출 수 없는 사업"
롯데의 바이오 투자는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이미 대규모 생산 기반 구축에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 만큼 이제는 사업을 접는 비용이 계속 추진하는 비용보다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회사는 2022년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CDMO 시장에 진출했다. 단순히 생산시설만 확보한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 운영 경험을 확보하며 후발주자의 약점을 줄였다.
이후 투자는 더욱 속도를 냈다.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건설에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했고, 오는 2030년까지 약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송도 2·3공장을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도 유지하고 있다. 송도 바이오캠퍼스가 모두 완공되면 총 36만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55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가 참여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호텔롯데도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주주로 합류했다. 설립 이후 누적 유상증자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가 이미 '투자 여부'를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생산시설과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사업을 안착시켜 투자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통과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롯데 입장에서는 바이오를 쉽게 포기하기도 어렵다.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바이오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됐다는 평가다.
결국 답은 '첫 손님'···송도 공장을 채워야 한다
결국 남은 과제는 첫 대형 수주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송도 1공장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GMP 준비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고객사 실사와 상업 생산 계약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도 지난달 미국 바이오USA에서 "연내 글로벌 빅파마 한 곳과 상업 생산 계약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GMP 구축 완료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앞당긴 것도 수주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CDMO 사업에서는 첫 고객 확보가 갖는 의미가 크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생산시설뿐 아니라 실제 생산 경험과 규제기관 승인 이력, 기존 고객 레퍼런스를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첫 대형 수주가 후속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트랙레코드 부족으로 초기에는 수주 실적 확보에 시간이 걸렸지만, 첫 글로벌 제약사 계약을 계기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시러큐스 공장에서 확보한 규제 대응 경험과 송도 공장의 대규모 생산능력을 앞세워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신동빈 회장이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직접 찾아 수주 전략을 점검한 것도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힘써달라고 당부하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롯데바이오의 성패는 추가 투자 규모가 아니라 공장 가동률이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조4000억원을 들여 지은 송도 1공장을 얼마나 빨리 채우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수주와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느냐가 향후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고 있는 신유열 부사장에게도 이번 사업은 첫 경영 성적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된 바이오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신사업 추진 능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주와 수익성 확보가 지연될 경우 투자 성과에 대한 시장의 검증도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시장의 관심은 '왜 바이오를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언제 성과를 증명할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첫 대형 수주와 송도 1공장 가동률이 4조6000억원 투자 계획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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