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바이오마커: 질병과 약효를 읽는 몸속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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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마커: 질병과 약효를 읽는 몸속 '표지판'

등록 2026.08.22 07:08

이병현

  기자

유전자·단백질에서 혈압까지 확장되는 생체 신호환자 선별과 임상시험 성공률 제고의 핵심 도구임상적 의미와 대리평가변수 구분 필요

사진=AI(챗GPT) 생성사진=AI(챗GPT) 생성

신약 임상시험 결과를 읽다 보면 '바이오마커 양성 환자',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바이오마커는 쉽게 말해 질병의 존재와 진행 상태, 약물에 대한 신체 반응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생체 신호'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이를 통해 약물이 의도한 표적에 제대로 작용했는지,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클지, 예상치 못한 독성이 없는지를 판단한다.

유전자부터 혈압까지···확장되는 바이오마커 세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이 공동 편찬한 'BEST' 용어집에 따르면, 바이오마커는 정상적인 생물학적 과정이나 질병 과정, 외부 개입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기 위해 측정하는 특성으로 정의된다.

흔히 떠올리는 유전자나 단백질 같은 분자적 특성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검사 결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측정한 종양의 크기, 혈압과 심박수 같은 생리적 지표 역시 바이오마커에 해당한다. 반면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정도나 일상생활 기능의 개선 여부, 생존 기간 연장 등은 바이오마커가 아닌 '임상적 결과'로 별도 분류된다.

바이오마커는 쓰임새에 따라 크게 7가지로 나뉜다.

▲발병 가능성 진단: 감수성·위험 바이오마커, 진단 바이오마커
▲상태 추적 및 예측: 모니터링 바이오마커, 예후 바이오마커, 예측 바이오마커
▲약물 반응 확인: 약력학·반응 바이오마커, 안전성 바이오마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예후'와 '예측'의 차이다. 예후 지표는 치료법과 무관하게 질병의 향후 진행 가능성을 알려주지만, 예측 지표는 특정 약을 썼을 때 효과나 부작용이 나타날 특정 환자군을 가려내는 역할을 한다. 즉, 분류는 바이오마커의 이름 자체가 아니라 '어떤 환자에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된다.

동반진단의 출발점과 임상적 한계


바이오마커는 정밀의료와 표적치료제 개발을 이끄는 핵심 도구다. 예측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약물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면, 임상시험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비소세포폐암의 EGFR 변이와 '오시머티닙', 유방암의 HER2 과발현과 '트라스투주맙'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환자의 조직이나 혈액에서 해당 변이를 먼저 확인한 뒤 표적치료제를 처방하는데, 이처럼 약물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검사 기법을 '동반진단'이라 부른다.

약물이 바이오마커 수치를 개선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환자의 증상 완화나 생존 연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마커 중 일부는 실제 생존율 등을 대신해 측정하는 '대리평가변수(Surrogate Endpoint)'로 활용된다. FDA의 가속승인 제도는 이 대리평가변수를 근거로 중증질환 치료제를 조기 허가해주지만, 제약사는 시판 후 확증 임상을 통해 실제 임상적 혜택(환자 생존 연장 등)을 반드시 증명해야만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어렵게 얻은 품목 허가가 철회될 수 있다.

결국 임상시험 결과에서 '바이오마커가 유의하게 개선됐다'는 문구를 확인했다면 그 이면을 살펴야 한다. 어떤 검사법으로 측정했는지, 탐색적 분석인지 주요 평가변수인지, 그리고 그 변화가 환자의 실질적인 혜택과 연결돼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바이오마커는 신약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그러나 표지판을 발견해도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길을 나아가야 한다. 생물학적 근거와 정확한 검사법, 적절한 환자 선별, 실제 임상적 혜택이 함께 확인될 때 비로소 바이오마커는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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