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16개사 통합교섭 요구···카카오도 공동교섭 예고삼성전자 사업부별 성과·보상 차이에 노조도 사분오열사업·프로젝트 분사 잦아···법인은 달라도 조직은 연결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서로 다른 법인의 노동조합이 공동교섭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 노조가 본사와 16개 계열사를 묶는 통합교섭을 공식 요구한 데 이어 카카오도 공동교섭을 예고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갈리는 삼성전자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DS와 DX의 사업 성과와 보상 차이가 노조별 이해관계로 이어진 반면, IT업계는 법인은 달라도 사업과 의사결정이 연결된 경우가 많아 법인 간 연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4일 IT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 지회(네이버 노조·공동성명)는 지난 20일 통합교섭 선포식을 열고 네이버 본사에 16개 법인 전체를 대상으로 통합교섭을 공식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16개 계열사에서 150차례 교섭이 열렸고, 노사가 교섭에 들인 시간만 1000여 시간에 달했다. 비생산적인 교섭 구조를 끝내고 주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네이버가 실질적인 교섭 대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화섬노조 카카오 지회(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도 오는 26일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는 공동교섭을 공식 선포한다. 카카오가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 분할을 발표한 뒤 노조의 첫 대규모 집단행동이다. 카카오 노조는 "인적 분할 이후 구조조정이나 매각, 합병, 분사, 사업 이관 등이 발생할 경우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이번 인적 분할을 계기로 공동교섭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전자 복수 노조는 성과급 갈등을 풀지 못하고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등의 노조가 있다. 이 가운데 초기업노조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조합원이 많은 반면 전삼노와 동행노조는 가전·TV·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DX부문 조합원 비중이 높다. 같은 삼성전자 직원이어도 어느 사업부에 속한 지에 따라 노조의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구조다.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호황으로 높은 성과를 낸 DS와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진했던 DX 사이에서 성과급과 보상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지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내년 임금교섭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과 공동교섭단을 꾸리지 않고 단독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더 나아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과 모바일·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의 교섭단위를 나누는 방안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와 달리 IT업계에서 법인 경계를 넘는 교섭을 추진하려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사업을 쪼개 자회사나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업계 특유의 조직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 스노우·네이버제트처럼 사업과 경영이 본사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게임사들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프로젝트 단위로 개발 조직을 꾸리고,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인력을 다른 조직으로 옮기거나 스튜디오를 분사·통합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미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가 계열사 공동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넥슨도 완전한 통합교섭은 아니지만 모회사의 단체협약 결과가 계열사에 연동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통합교섭 요구는 갑작스런 주장이라기보다 IT업계에서 조금씩 확대돼온 셈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조직이 재편되는 일이 많아 법인이 달라졌다고 해서 노동자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개발 조직이나 인력이 계열사 간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른 법인의 임금이나 고용 문제가 자신의 문제와 동떨어져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통합교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계열사별 실적과 사업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임금·보상 기준을 적용하면 각 법인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사업 등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계열사 간 연대 행동이나 파업 등 집단 분쟁이 나타날 경우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공동교섭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법인별로 나뉜 조직 구조와 실제 의사결정 구조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교섭에 반영할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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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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