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친정부, AI 전문가···새 판짜는 카카오, 이사회도 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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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AI 전문가···새 판짜는 카카오, 이사회도 확 바꾼다

등록 2026.08.28 07:08

정단비

  기자

AI·ICT 전문가 전진배치···기술 중심 이사회 재편文정부 장관·청장 나란히 합류···정책 대응도 강화덩치는 카카오X, 핵심 경영진은 AI···'헤드' 어디로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카카오가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탄생할 카카오AI의 사업 방향과 경영진을 내정한 데 이어 이사회 구성까지 새롭게 짜면서다. 인공지능(AI)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AI·ICT 기술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한 모양새다.

특히 카카오AI 사외이사 후보 4명 가운데 2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 요직을 지낸 인사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인적분할 이후 정책·규제 대응을 고려해 정부와 소통 경험이 있는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카카오가 공시한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신설법인 카카오AI 사외이사진에는 김대지 전 국세청장, 김영준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임혜숙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오승필 전 KT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4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임 전 장관을 제외한 3명은 감사위원회 위원을 겸하게 된다.

카카오는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 코어 컴퍼니'로 거듭날 카카오AI와 테크핀, 콘텐츠, 모빌리티 등 나머지 계열사들을 이끄는 '미래가치 투자회사인 카카오X까지 크게 두 축으로 나눠진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1일 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사외이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AI·ICT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경영과 과학기술 정책 분야까지 전문성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전 장관은 AI·ICT 기술과 정책 분야를 경험한 인물이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과 시스코시스템즈 하드웨어 엔지니어 등을 거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 전 CTO는 산업 현장에서 기술 개발과 사업을 이끌어온 전문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에서 컴퓨터과학자로 근무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를 거쳤다. 이후 현대카드 디지털부문 대표 부사장과 KT CTO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 교수는 기술경영과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고려대 경영학과와 컬럼비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에서 재무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을 지냈으며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주임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6년간 카카오의 사외이사 구성을 살펴보면 금융·자본시장, 법률, 미디어·광고, 기술·데이터 전문가들이 포진했었다. 카카오가 그간 카카오톡이라는 본연의 사업 외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해왔고 이에 사외이사진 역시 '종합형'으로 구성해왔다. 반면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이사진도 AI와 ICT 기술 관련 정책 분야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또 다른 특징은 정부·정책 분야와 접점이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됐다는 점이다. 카카오의 지난 6년간 사외이사 중에도 정부 위원회 등에 참여한 인사들은 있었지만 대부분 민간 전문가가 정부 자문·위원을 겸하는 형태였다. 이번에는 장관과 청장 등 정부 핵심 요직을 지낸 인사들을 직접 등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임 전 장관과 김 전 국세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국세청장을 지낸 장관급 인사다. 현 정부 역시 민주당 정부라는 점을 의식한 인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교수 역시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상대적으로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 전 국세청장이다. 김 전 국세청장은 부산국세청장을 거쳐 국세청장을 지낸 세무행정 전문가로 AI와 직접적인 접점은 크지 않다. 이에 카카오가 대규모 인적분할 과정과 신설법인 출범 이후 불거질 수 있는 세무·재무 및 내부통제 리스크 등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카카오가 직전 정부에서 각종 규제·사법 리스크를 겪었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윤석열 정부 당시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김범수 창업자까지 구속되는 등 상당한 사법 리스크를 겪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회계·가맹택시 문제 등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 때문에 대규모 인적분할과 AI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카카오가 새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 기술 전문성뿐 아니라 정부·규제기관과의 소통 및 정책 대응 역량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외이사뿐 아니라 이사회 내 경영진 구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카카오AI 사내이사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신정환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름을 올렸다. 현 카카오의 경영·재무·기술을 책임지는 핵심 인사들이 카카오AI 이사회에 포진한 셈이다.

특히 신 CFO의 이동은 눈길을 끈다. 신 CFO는 현재 카카오 CFO이자 CA협의체 그룹재무전략실장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 전략을 맡고 있다. 주요 계열사와 투자 자산 상당수가 카카오X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그룹 재무를 책임져 온 핵심 인사가 카카오AI 사내이사로 합류하는 것이다.

이에 분할 이후 카카오그룹의 실질적인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분할비율만 놓고 보면 카카오AI와 카카오X는 각각 0.36, 0.64 수준으로 카카오X의 덩치가 더 크다. 반면 정 대표와 신 CFO 등 현 카카오 핵심 경영진은 카카오AI에 합류한다.

외형과 주요 계열사의 무게는 카카오X에 실리는 한편 현 카카오의 경영 핵심축은 카카오AI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이에 기존 카카오가 맡아온 그룹 '헤드쿼터' 기능이 분할 이후 어느 쪽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AI 이사진은 AI와 ICT 등 기술 분야 전문성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관과 청장까지 지낸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내정한 것은 신설법인에 그만큼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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