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최태원이 띄운 일본 메모리 공장···SK하이닉스, 생산거점 다변화 '촉각'

산업 전기·전자

최태원이 띄운 일본 메모리 공장···SK하이닉스, 생산거점 다변화 '촉각'

등록 2026.09.01 14:23

신지훈

  기자

핵심 소재·부품 공급망 기반 일본 주목용인·미국 이어 해외 생산능력 확장투자 효율성·공급망 안정성 변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를 향한 각국의 '러브콜'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에서 대규모 증설을 진행하는 동시에 미국에서도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 투자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생산기지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1일 블룸버그통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전날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가능성과 관련해 "일본 전역을 살펴보고 있다"며 "전력과 용수가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고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일본 내 생산시설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후보 지역이나 투자 규모, 생산 제품, 잠재적 파트너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SK하이닉스의 일본 공장 추진설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회사는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이번에도 SK 측은 "세계 어디나 공장 설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합작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SK 측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일본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검토 단계에 있다. 마치는 대로 알리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현재 단계에서 일본 내 대규모 메모리 팹 건설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최 회장이 일본 내 투자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향후 일본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생산거점 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생산시설과 관련해 주목받는 배경에는 안정적인 산업 인프라가 있다.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데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반도체 공급망이 이미 구축돼 있어 생산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와 일본 반도체 산업 간의 기존 연결고리도 적지 않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과 함께 조성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 지분을 약 14%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는 반도체 소재기업 나믹스와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 등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소니그룹과 닌텐도 등 글로벌 고객사도 일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일본은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재건하기 위해 대만 TSMC 등 해외 기업의 생산시설 투자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일본 서부 히로시마에 D램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일본을 비롯한 해외 생산거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배경에는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실제 SK하이닉스는 한국과 미국에서 이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호남 지역에서도 팹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장을 위해 약 5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미국 현지에서 HBM 후공정 생산능력을 확보해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현지화 요구에도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각국의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 반도체 팹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대규모 고용과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확대를 유발한다. AI 시대 핵심 산업인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할 경우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공급망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블룸버그 역시 SK하이닉스의 일본 생산시설 검토 가능성을 일본 고객 및 협력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AI로 폭발하는 데이터 저장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도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투자 재원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과 호남 등 국내 생산시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다 미국에서도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AI 메모리 호황으로 늘어난 이익을 주주환원과 임직원 보상에도 배분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SK하이닉스의 해외 투자에서 단순히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보다 현지 수요와 공급망, 정부 지원, 생산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각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립 움직임까지 맞물리고 있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해외 생산거점 확대 요구와 투자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결국 일본 투자 역시 실제 추진 여부와 별개로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자본배분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AI 메모리 호황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각국의 유치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회사가 국내외 생산능력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지가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이 생산거점을 선택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각국이 AI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각국의 지원책과 시장 접근성 등을 비교하면서 글로벌 생산기지를 어떻게 구성할지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