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반응률 100%' 자신감···보로노이, VRN11 '1차 치료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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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률 100%' 자신감···보로노이, VRN11 '1차 치료제' 도전

등록 2026.09.08 07:11

이병현

  기자

삼성서울병원 발표 앞두고 최신 데이터 공개 예고용량 최적화·안전성 등 다양한 환자군 임상 진행블록버스터 신약 벤치마킹 투트랙 상용화 가속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보로노이가 차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VRN11'을 앞세워 고난도 '투트랙(Two-track)' 상용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3세대 표적치료제 복용 후 나타나는 치명적 내성 변이를 먼저 공략해 신속한 품목허가(가속승인)를 노리는 동시에, 치료 경험이 전혀 없는 초기 환자군(1차 치료)까지 임상 대상을 대폭 넓혀 파이프라인의 시장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항암 신약 시장에서 특정 내성 환자 치료제로 진입한 뒤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해 블록버스터로 성장한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성공 방정식을 벤치마킹하는 양상이다.

내성 환자 100% 반응 확인···2027~2028년 조기 상용화 정조준


VRN11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타깃하는 차세대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엑손19 결손 및 L858R 등 전형적 변이는 물론 비전형적 변이 그리고 3세대 치료제 복용 후 발생하는 핵심 내성 기전인 'C797S' 돌연변이까지 선택적으로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보로노이가 가장 앞서 추진하는 상용화 관문은 C797S 변이 환자군이다. 타그리소나 렉라자(레이저티닙) 투여 후 C797S 내성이 발현된 환자군은 표준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대표적인 미충족 의료 수요 영역이다. 보로노이는 최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C797S 환자군을 대상으로 2027~2028년경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을 획득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신약의 잠재력은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확인됐다. 임상 1a상(10~480mg 용량 증량) 데이터에 따르면, 평가 가능한 C797S 변이 환자 8명 중 7명(87.5%)이 부분반응(PR)을 나타냈다. 특히 회사가 유효용량으로 설정한 160mg 이상을 투여받은 환자 6명은 전원 부분반응을 기록해 객관적반응률(ORR) 100%를 달성했다. 중증 질환에서 대리지표를 바탕으로 조기 진입을 허용하는 FDA 가속승인 제도의 특성상, 이 같은 초기 반응률은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391명 규모 'REACH-EGFR' 착수···환자군 4개로 쪼개 최적 용량 탐색


보로노이는 이 초기 성과를 발판 삼아 임상 무대를 글로벌 대규모 코호트로 전환했다. 후속 임상인 'REACH-EGFR'(글로벌 임상 1b/2a상)은 전 세계 총 391명의 환자를 모집해 네 갈래 코호트로 나눠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3세대 EGFR 저해제 치료 후 C797S 내성이 생긴 환자군 ▲치료 경험이 없는(EGFR-TKI naive) 전형적 변이 환자군 ▲표적치료 이력이 있는 비전형적 변이 환자군 ▲치료 경험이 없는 비전형적 변이 환자군 등이다.

핵심은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군을 포함해 진행성 폐암 환자의 첫 치료 단계(1차 치료)에서 유효성을 정면 검증한다는 점이다. 최근 한양증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VRN11은 임상 1a상에서 용량을 640mg까지 끌어올리며 안전성을 탐색했다.

임상 1b상의 주안점은 단순 최고 용량 확보가 아닌 '용량 최적화'다. FDA가 권고하는 '프로젝트 옵티머스' 지침에 발맞춰 항암 효능과 약동학, 체내 노출량, 장기 복용 시 내약성을 종합 분석해 임상 2상 권장용량(RP2D)을 확정하고, 최적의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군을 선별해 후속 임상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넓은 표적·뇌전이 억제·안전성 3박자···1차 치료제 경쟁력 검증


보로노이가 후발주자임에도 1차 치료 시장 진입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강력한 결합력, 우수한 뇌혈관장벽(BBB) 투과율, 뛰어난 안전성이 자리 잡고 있다.

C797S 돌연변이가 없는 기존 치료 경험 환자(160mg 이상 투여군 중 화학요법 이력 보유 환자 23명)에서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7.3개월을 기록하며 광범위한 종양 억제력을 입증했다.

폐암 환자의 치명적 위험 요인인 뇌전이 억제 지표도 우수하다. 기저 뇌전이를 동반한 C797S 음성 환자 15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데이터 마감 시점까지 두개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iPFS)에 도달하지 않았다.

약물 독성 지표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55명의 환자 안전성 분석에서 3등급 이상의 약물 관련 이상반응(TRAE)은 1명(약 2%)에 불과했으며, 용량제한독성(DLT)이나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영구 중단한 사례는 전무했다.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1차 치료 환경에서 필수적인 내약성 기반을 확인한 셈이다.

WCLC 2026 달굴 K-신약···글로벌 개발 속도전


글로벌 임상망 확장도 순항 중이다. 호주와 홍콩에 이어 지난달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에 임상 1b/2a상 승인을 획득해 국립암센터 등에서 투약을 준비 중이며,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에도 프린세스 마거릿 암센터가 참여하는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했다.

경쟁 약물과 벌이는 속도전도 불붙었다. 미국 블로섬힐 테라퓨틱스(BlossomHill Therapeutics)는 지난달 C797S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타깃하는 'BH-30643'으로 FDA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블로섬힐 역시 임상 1/2상에서 내성 환자와 미치료 환자를 동시에 모집하며 보로노이와 동일한 '투트랙' 전술을 펼치고 있다.

1차 치료 시장의 경쟁 구도는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타그리소 단독을 넘어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 및 얀센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렉라자' 병용요법이 1차 표준요법으로 허가받으며 치료 성적의 기준선(PFS)을 대폭 높여놓았다. VRN11이 단독 요법으로 이 틈새를 뚫기 위해서는 장기 복용에 따른 무진행생존기간의 획기적 연장과 뇌전이 억제 효과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단기 분수령은 오는 12~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2026 세계폐암학회(WCLC 2026)다. 이번 학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미니 구두발표(Mini Oral)를 통해 VRN11의 최신 임상 데이터를 직접 발표한다. 고용량 투여군의 반응 지속성과 C797S 환자의 무진행생존 데이터가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주요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임상을 확대하며 VRN11의 글로벌 임상 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와 기존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 모두에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VRN11의 차별화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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