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세탁기 모터'가 로봇 관절로···LG전자, 액추에이터로 첫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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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모터'가 로봇 관절로···LG전자, 액추에이터로 첫 승부

등록 2026.09.07 15:29

고지혜

  기자

글로벌 빅테크와 수주 협의···연내 양산 기반 구축60년 가전 모터 기술·양산 경험이 액추에이터 경쟁력액추에이터서 휴머노이드까지···로봇 사업 성장축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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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60년 넘게 축적한 모터 기술을 앞세워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올해 초 자체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AXIUM)'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수개월 만에 생산라인 구축과 글로벌 빅테크 수주 협의까지 진행하며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액추에이터를 로봇 사업의 첫 수익원으로 키운 뒤 자체 휴머노이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미디어 간담회에서 "여러 빅테크와 액추에이터 수주 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 수주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사업화 속도에 놀란 반응이다. 올해 초 'CES 2026'에서 액추에이터를 첫 공개했는데, 불과 수개월 만에 수주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올라섰기 때문이다. 통상 신사업이 제품 공개 이후 양산 준비와 고객사 검증을 거쳐 수주로 이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행보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과 근육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모터와 감속기, 구동장치 등을 하나로 묶어 로봇의 팔과 다리 등을 정밀하게 움직인다. 사람으로 치면 근육과 관절, 신경계 일부가 하나의 모듈에 들어가는 구조다.

특히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어깨와 팔꿈치, 손목, 허리, 무릎, 발목 등 대부분의 관절에 들어가 로봇 한 대당 최소 20개 이상이 필요하다. 고출력 모터와 정밀 감속기, 센서 등이 결합되는 만큼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한 대의 전체 재료비 가운데 액추에이터가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전자는 'LG 액추에이터 악시움'을 앞세워 이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현재 창원공장에 액추에이터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초도 물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양산성 검증과 품질 안정화를 진행 중이다. 연내 양산 기반을 완비하고 글로벌 고객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공급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LG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액추에이터 시장에 뛰어들고 있긴 하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공급을 추진하고 있고, HL만도 역시 자동차 조향·제동 시스템에서 쌓은 모터와 센서, 정밀제어 기술을 로봇 관절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LG전자는 이들과 출발점이 다르다. 60년 넘게 가전사업에서 모터를 직접 설계·생산하면서 이미 기술과 양산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962년부터 모터를 자체 설계·생산해왔으며, 현재 5개국 7개 생산기지에서 연간 4500만대의 모터를 제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별도의 생산 생태계를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전 사업에서 검증된 기술과 제조 기반을 그대로 로봇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기술적으로도 가전 모터와 로봇 액추에이터의 접점이 크다. 세탁기에서는 무거운 세탁물을 저속에서도 정밀하게 돌려야 해 토크 제어와 내구성, 진동 억제 기술이 중요하다. 청소기는 작은 모터를 10만RPM 이상 빠르게 돌려 높은 출력을 내야 하는 만큼 초고속·소형·고효율 설계가 핵심이다.

이 두 기술은 그대로 로봇 관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휴머노이드 관절은 작고 가벼워야 하지만 동시에 큰 힘을 정확하게 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0만RPM 이상의 초고속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 제품보다 모터의 크기와 무게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LG전자가 오랜 기간 가전에서 쌓아온 정밀제어와 소형·고출력 모터 기술이 액추에이터 시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되는 셈이다.

LG전자가 로봇 사업 가운데 액추에이터를 우선 공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제품 휴머노이드 시장은 아직 어느 업체가 주도권을 잡을지 불확실하지만 액추에이터는 여러 로봇 제조사에 공급할 수 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이미 갖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비교적 빠르게 매출을 만들면서 동시에 로봇 시장 전체의 성장에 올라탈 수 있는 분야다.

LG전자도 액추에이터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백 부사장은 향후 1~2년 내 액추에이터 매출을 현재 컴프레서 외부 판매 규모까지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HS사업본부 매출 가운데 B2B 비중은 현재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LG전자는 빌트인과 상업용 세탁가전에 액추에이터 등 부품 사업을 더해 B2B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2030년에는 이를 고토크(High-torque) 세그먼트까지 확장해 글로벌 토털 액추에이터 솔루션 제공업체로 자리 잡겠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일반적인 휴머노이드 관절뿐 아니라 더 큰 힘이 필요한 산업용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완제품 로봇까지 사업 영역도 넓힌다. LG전자는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개발 중이며, 향후 창원과 미국 테네시 등 생산현장에 투입해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로봇 사업은 악시움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며 "고효율 설계와 동일 사이즈 기준 효율 우위, 기존 방열 기술 활용 등 기술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고 양산 단계에서 원가 절감 노력도 병행하고 있어 이르면 2027년 중 매출 기여가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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