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42% 우위에도···'3%룰' 따라 실제 표 달라져국민연금 양쪽 후보 찬성···한화·글로벌 기관 표심 막판 변수최윤범 측 다소 우세 관측···막판 유효 의결권이 승패 좌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9일)를 하루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막판 표 계산에 들어갔다. 명목 지분율만 보면 약 42%를 보유한 영풍·MBK 측이 최 회장 측 우호지분 약 38~39%보다 앞선다.
하지만 이번 주총은 단순한 지분 싸움으로 승패를 가리기 어렵다.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그만큼의 표를 모두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각 주주에게 3%룰이 어떻게 적용되느냐다. 특수관계인 범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한화와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표심까지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석을 놓고 양측 후보가 맞붙으면서 이 한 자리가 사실상 이번 주총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독립이사 4석보다 중요한 감사위원 1석
고려아연은 임시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과 집중투표 방식의 독립이사 4명을 선임한다.
독립이사 4석에는 고려아연 이사회 측과 영풍·MBK 측이 각각 2명씩 후보를 추천했다. 양측 후보가 각각 2명씩 선임될 경우 독립이사 4석은 2대2 구도가 된다.
결국 승부는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석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단국대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산학협력교수와 영풍·MBK가 추천한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이 맞붙는다. 두 후보 가운데 한 명만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된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회계와 재무보고, 내부통제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회 내 핵심 자리인 만큼 누가 이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양측의 이사회 장악력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지분 많아도 표는 제한···승부 가르는 '3%룰'
이번 주총에서 표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3%룰이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보유 주식이 아무리 많아도 합산해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반 주주는 원칙적으로 보유 주식만큼 표를 행사하지만 최대주주 측에는 별도의 제한이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주식을 더 많이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
3%룰을 적용한 뒤 실제로 몇 표를 행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양측의 특수관계인 범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명목 지분율과 실제 행사 가능한 의결권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영풍·MBK 42%···3%룰 적용 방식이 핵심
영풍과 MBK는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 관계다. 다만 MBK가 영풍의 상법상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는 별도의 법적 해석이 존재한다.
이 경우가 어떻게 판단되느냐에 따라 영풍과 MBK의 의결권 계산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MBK가 영풍의 상법상 특수관계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영풍 보유 지분에는 3% 제한이 적용되더라도 MBK 보유 지분은 별도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특수관계인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넓어지면 실제 행사 가능한 의결권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영풍·MBK가 보유한 약 42%가 그대로 표로 행사되는지, 3%룰에 따라 일부가 제한되는지는 특수관계인 판단과 의결권 산정 방식에 달려 있다.
최윤범 회장 측도 특수관계인 범위가 변수
최윤범 회장 측의 표 계산 역시 단순하지 않다.
최 회장이 영풍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등기이사라는 점 등을 근거로 최 회장 측이 영풍의 특수관계인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최 회장 측 지분은 영풍 지분과 합산해 3%룰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우호지분이 약 38~39%에 달하더라도 실제 주총장에서 행사할 수 있는 표는 명목 지분율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최 회장 측 우호주주로 분류되는 P23파트너스의 지분 2.01% 역시 특수관계인 범위에 포함되는지에 따라 실제 의결권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
양측이 법원에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공방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MBK·영풍 측이 최 회장 측 의결권을 추가로 제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관련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주총에서는 현재까지 확정된 안건과 의결권 구조를 바탕으로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이게 됐다.
국민연금은 양쪽 후보에 찬성···한화 선택이 변수
주요 주주들의 표심도 복잡하게 엇갈린다.
고려아연 지분 5.48%를 보유한 국민연금기금은 이번 임시주총 안건에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감사위원 후보인 백인규 후보와 박유경 후보 모두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다.
특정 후보 한쪽에 표를 몰아주는 방식이 아닌 만큼 국민연금의 선택만으로 감사위원 승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표심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이치투에너지 4.76%, 한화임팩트 1.79%, ㈜한화 1.14%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총 7.69%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 3개 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단순 합산하면 7.69%지만 각 계열사별로 3%룰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약 5.93%로 계산된다.
그동안 한화는 최 회장 측 우호주주로 분류돼 왔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6%에 가까운 유효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의 선택은 감사위원 1석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의결권 자문사 8대1은 백인규···글로벌 기관은 엇갈려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는 백인규 후보 쪽에 기울어 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포함한 주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이 고려아연 이사회 측 백인규 후보에 찬성을 권고했다. 백 후보가 회계·감사 분야의 전문성과 내부통제 역량을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반면 한국ESG기준원은 영풍·MBK 측 박유경 후보에 대한 지지를 권고했다.
자문사 다수가 백 후보를 지지하면서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신호가 됐다.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자문사의 분석과 권고를 참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자문사의 권고가 실제 투표 결과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박유경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 다수의 판단과 다른 결정을 내린 글로벌 기관투자자도 있는 셈이다.
공개된 자문사 권고만으로는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백인규냐 박유경이냐···이사회는 12대7 또는 11대8
현재까지 공개된 주요 주주의 입장과 의결권 자문사 권고를 종합하면 백인규 후보를 추천한 최윤범 회장 측이 다소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3%룰이 실제로 어느 주주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한화가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지, 아직 투표 방향을 공개하지 않은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이사 4석이 양측에 2석씩 배분된다는 전제에서 감사위원 1석의 결과에 따라 이사회 구도도 달라진다.
백인규 후보가 선임되면 최윤범 측 우호세력 12명, 영풍·MBK 측 7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측의 이사회 우위가 유지되는 구도다.
반대로 박유경 후보가 선임되면 최윤범 측 우호세력 11명, 영풍·MBK 측 8명 구도가 된다. 최 회장 측의 우위 자체는 유지되지만 영풍·MBK 측의 이사회 견제력은 한층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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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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