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노조, 인력 재배치·고용 변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분사 자체는 교섭 대상 아냐···인력운영 구체화가 변수노사 갈등 장기화 땐 조직개편·주택 공급 차질 우려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두 개 공사로 분리하는 구조개혁에 착수했지만, 시작부터 노사 갈등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LH 노조가 분사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고용·처우 변화 등을 이유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이달 말 첫 교섭을 앞두고 있어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분사 과정의 근로조건 변화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어 향후 분사 일정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통해 LH를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와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나누는 방안을 발표했다. 개발공사는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을 맡고, 자산공사는 임대주택 운영·관리와 주거복지, 자산비축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해 업무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주택 공급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것은 두 공사로 나눈다는 큰 방향이다. 실제 분사를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을 어떻게 배분할지뿐 아니라 LH가 보유한 자산과 부채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어느 기관이 맡을지 등 세부 작업이 남아 있다.
정부는 조직 개편안 발표 이후 후속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최근 'LH 조직 개편 킥오프회의'를 구성해 분사에 필요한 조직·인력·재무구조 개편 방향과 준비 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가 인력이다. LH가 두 공사로 나뉘면 직원들의 소속과 업무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인력 배치에 따라 담당 업무와 근무 여건 등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LH 노조가 정부의 분사 방안에 대해 구성원들과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LH 노조는 지난 9일 내부 회의를 거쳐 분사 추진에 대한 대응에 나섰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도 받고 있다. 이어 10일에는 사측에 분사와 관련한 단체교섭을 공식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가 조직분리 방안을 마련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 교섭 일정도 잡혔다. LH 노조와 사측은 오는 30일 첫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교섭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분사가 추진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교섭 결과에 따라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으며, 노조 관계자는 쟁의권 확보를 목표로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는 취지로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총파업이 공식 결정된 것은 아니다.
노란봉투법 시행도 새로운 변수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지난 3월부터 시행됐으며, 고용노동부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LH 분사 자체가 곧바로 노조의 의무적 교섭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시행지침에서도 기업의 합병·분할 등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대신 분할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인력운영 방안 등이 구체화돼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고용승계, 배치전환, 고용안정 대책 등 관련 사항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H 분사 역시 향후 조직·인력 배분안이 구체화될 경우 노조와의 교섭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두 공사로 조직을 나누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소속과 업무, 인력 배치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느 공사에 어떤 인력을 배치할지, 기존 임금·복지체계를 어떻게 승계할지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협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LH가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사실상 실행하는 핵심 기관이라는 점이다. LH는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신규 택지와 공공주택 공급, 토지 보상과 주택 착공 등 대규모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LH 개혁의 목표로 '공급 속도'를 내세운 상황에서 조직개편 과정이 길어지면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과 인력의 재편에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LH 사업은 토지 보상과 지구계획, 착공, 입주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조직개편에 따른 업무 이관과 의사결정 체계 변화가 사업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LH 분사 발표 직후부터 업계에서는 조직 분리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과 비용이 오히려 공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과거 주공과 토공 통합 당시에도 조직 간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던 만큼, 이번에는 기존 조직을 다시 둘로 나누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급 확대를 위해 LH의 개발·건설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떼어내는 것이지만, 정작 분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커질 경우 개혁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이달 말 첫 교섭을 시작으로 노사 협의가 본격화되면서 분사 세부안이 공개될수록 갈등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정부가 분사의 필요성뿐 아니라 조직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노사 갈등을 얼마나 신속하게 조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H의 조직·인력·재무구조를 실제로 나누는 작업과 노사 협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개혁 과정이 길어질 경우 정부가 목표로 한 주택 공급 속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H 관계자는 "노조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정부와도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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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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