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증가, 경유·항공유 가격 상승석유화학 나프타 가격 전가 난항시장 공급과잉으로 스프레드 압박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77% 오른 배럴당 107.51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2.27% 상승한 102.3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까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하루 약 400만배럴을 운송하는 이 송유관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세계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유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치가 높아져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다. 저가에 들여온 원유로 생산한 제품을 오른 가격에 판매하는 시차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정유사의 실질적인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는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값이다.
9월 첫째 주 국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3.6달러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0.3달러 낮아졌지만 정유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4~5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6달러대와 비교해도 5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아시아 초저유황 경유 마진은 최근 배럴당 102달러 안팎까지 오르며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경유 가격이 원유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전체 정제마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 11일 나프타 가격은 톤당 855.28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16.9%,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5% 올랐다. 나프타는 나프타분해설비(NCC)에 투입돼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로 에틸렌과 합성수지 등 범용 제품이 공급과잉 상태인 데다 글로벌 수요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원료 가격은 오르지만 제품가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도 압박받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4월 평균 톤당 315달러에서 6월 중순 16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가 보는 손익분기점은 톤당 250~300달러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하면 노후·저수익 설비를 중심으로 감산과 통폐합이 빨라질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 10개사는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을 270만~370만톤 줄이기로 했다.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최대 25%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연산 110만톤 규모 NCC도 3년간 가동을 중단한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웃돌면 정유사의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원료비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와 석유화학 모두 유가 상승으로 원료비가 늘지만 제품 수급 구조가 다르다"며 "정유는 경유·항공유 공급 부족으로 제품가격이 원유보다 빠르게 올라 정제마진이 확대되는 반면, 석유화학은 공급과잉 탓에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하지 못해 스프레드가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프레드 축소가 장기화하면 가동률 조정과 저수익 설비 통폐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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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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