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호르무즈 막혀도 버티는 K-정유···고비는 '11월 원유'

산업 에너지·화학

호르무즈 막혀도 버티는 K-정유···고비는 '11월 원유'

등록 2026.09.20 06:00

김제영

  기자

선제적 물량 확보···9~10월까지 수급 가능비중동산 원유 확대···수에즈 우회 운임 부담전쟁 장기화 시 조달비 상승·수익성 악화 우려

출처=유토이미지출처=유토이미지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중동전쟁 재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치솟는 상황에서도 당장의 원유·나프타 수급에 큰 차질 없이 대응하고 있다. 전쟁 초기부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덕분이다.

이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10월 이후로 향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 복구가 지연되거나 중동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오는 11월부터 대체 조달에 따른 운송기간·운임 상승이 겹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20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9월 평균 국제유가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96.3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은 지난 5월 19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은 것은 중동전쟁이 다시 점화되면서 원유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우회로 역할을 해온 동서 송유관 가동이 중단되면서 중동산 원유 수송 여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당장 원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사우디 얀부항을 통과한 유조선 물량을 확보한 데다 스팟성 구매 등을 통해 9~10월까지 필요한 원유 물량을 상당 부분 마련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원유와 나프타 수급 상황에 대해 "아직은 이상이 없다"며 "동서 송유관은 호르무즈 해협처럼 장기간 막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복구될 때까지 잘 버티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시점은 11월이다. 정유사들이 현재 확보한 물량과 추가 구매분으로 9~10월까지는 대응할 수 있지만, 동서 송유관 복구가 지연되거나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11월부터는 추가 물량 확보가 본격화될 수 있어서다. 이때부터는 비중동산 원유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운송기간과 조달 비용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유사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에즈 운하 등을 통한 우회 수송과 미국·남미 등 비중동산 원유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아르헨티나산 원유를 시범 도입했고, SK이노베이션도 최근 아르헨티나산 원유를 소량 구매했다. 향후 경제성과 실제 운송 여건 등을 검토해 추가 구매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체 물량 확보에는 비용 문제가 따라붙는다. 수에즈 운하를 활용하는 우회항로를 이용할 경우 국내까지 운송기간이 기존보다 약 30일 더 소요될 수 있고 운임 등 조달 비용도 늘어난다. 원유 가격 자체가 높은 상황에서 운송비까지 상승하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중동 리스크는 단순히 원유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넘어 '얼마나 비싸게 조달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전쟁 발발 이후 나프타 도입선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해 당장 공급 차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동산 원료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조달거리와 운송비가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정유업계와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은 새로운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는 물량 자체보다 대체 원유를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운송비 등을 포함한 조달비 상승이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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