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회 대본 작가와 협의 없이 제작진에 의해 전격 수정-또다른 파장 예상
지난 20일 최종회를 방송한 MBC 화제의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마지막 주 방송분량 일부가 극본을 맡은 임성한 작가가 아닌 제작진에 의해 수정돼 촬영된 것으로 드러나 또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1일 임성한 작가는 150부 최종회 대본까지 제작진에게 모두 넘긴 상태에서 드라마 해당 홈페이지에 탈고 소감글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작진과 출연진들에게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중견배우들을 비롯해 신인 배우들까지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하지만 주인공 오로라의 임신 소식 이후 이어지는 내용에 대해 MBC 드라마 당국과 제작진은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급기야 연출부 내에서 수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뒤 출연진에게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 수정에 들어갔다.
내용인 즉, 임 작가가 제작진에 보낸 최종 대본에는 오로라가 임신에 성공해 출산한 아이가 전 남편인 황마마 사이에서 잉태된 아이고, 이를 맏딸 황시몽(김보연 분)이 의심해 밝혀낸다는 것. 실제 뉴스웨이가 입수한 임작가의 최종대본에 따르면 설희의 아버지 설국이 황마마의 아이가 맞다고 인정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대로라면 이미 재혼한 현남편 설희가 엄연히 있는데도 전남편과의 잠자리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아무리 병간호를 전제로 전남편과 현남편이 함께 산다는 황당한 상황이 인정돼 여과없이 방송됐다 하더라도 이런 내용은 분명 문제가 될 법하다.
이에 드라마 고위 관계자와 연출부가 모여 비밀리에 대본 수정 작업에 돌입, 오로라가 아이를 낳은 뒤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황마마의 환생을 떠올릴 수 있도록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는 데 이르렀다. 아울러 피날레로 장식하려 했던 아기의 성대한 돌잔치 장면, 몇 년 후 아이들이 청소년이 된 뒤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는 장면 등 스케일이 큰 촬영 분량도 걷어냈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드라마의 결말을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영문도 모른 채 이미 받아둔 대본에 맞춰 촬영 준비를 하던 제작진 사이에서는 은근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소도구, 소품, 미술 등 스태프들이 초치기에 가까운 속도로 다시 세팅을 해야 하기 때문. 또 출연진 역시 촬영 당일 새로운 쪽대본을 받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임작가의 조카로 알려진 백옥담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제작진 사이에서는 함구령이 내려졌고, 연기자들과 연출부에게만 새 대본이 주어졌다.
물론 모든 촬영은 무사히 끝났다. 또 150부 최종회도 무사히 방송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작가와의 협의가 없었던 것은 의외다. 아니, 자신의 대본을 수정해 연출한 것에 대해 아무런 어필도 하지 않고 있는 임작가의 태도가 더 의외다. 김수현 작가를 비롯한 명성 있는 중견작가들은 자신의 대본을 협의 없이 수정하는 것에 대해 용납하길 꺼려한다. 작가에 따라서는 토씨 하나라도 고치거나 바꿔서 연출하는 것마저 불허하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임성한 작가다.
이에 대해 의아해 하던 몇몇 관계자들은 “항간에는 임작가가 대본을 마친 뒤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그래서 아직 모르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면 무탈하게 끝이 났으니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결정했는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끝을 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여운을 남기는 ‘오로라공주’의 제작과정을 보고 있자니 지난해 이맘때 방송돼 방송가의 뒷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 세간의 관심을 모은 SBS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제왕’ 도입과 마지막 부분이 문득 떠오른다.
문용성 대중문화부장 lococo@
뉴스웨이 문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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