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본격화된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 부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업체별로는 현대·기아차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반면 쌍용차는 눈부신 성장을 이어갔다.
◇노조에 발목 잡힌 현대·기아차, 점유율 80% 붕괴 =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54만8477대의 차를 판매해 2012년보다 판매량이 6.0% 늘었다. 해외 판매가 호조를 띈 덕분이다. 그러나 국내 판매량은 두 회사 모두 2012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양사 통합 국내 판매량은 109만8865대(현대차 64만865대·기아차 45만8000대)로 연간 110만대 선이 무너졌다. 이는 2012년보다 4.4% 줄어든 수치다.
연간 시장 점유율도 2012년 81.9%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80%를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마저도 소수점 둘째짜리로 계산치를 늘리면 지난해 점유율은 79.98%로 떨어진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8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연간 최다 판매 차종이 된 아반떼(9만3966대)와 모닝(9만3631대) 모두 10만대 이상을 넘지 못해 지난 2004년 이후 9년 만에 ‘10만대 클럽’ 모델이 실종됐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판매 부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히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장기화된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 둔화세 때문이지만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고질적 문제인 강성 노조의 구태도 판매 부진에 한몫을 했다.
현대·기아차 국내공장 노조는 지난해 주말 특근 거부와 임단협 교섭 불만에 따른 부분 파업 등으로 생산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8월과 9월에 단행한 노조의 파업으로 총 7만3462대의 생산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이슈가 됐던 ‘물새는 싼타페·아반떼’ 등 품질 결함 논란과 대어급 신차의 실종도 현대·기아차의 국내 부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사 손잡은 쌍용차, 훨훨 날았다 = 현대·기아차가 노사 갈등으로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은 반면 노사 간 화합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국산차 5사 중 유일하게 2012년 대비 판매량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6만3970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이는 2012년보다 무려 34.1%나 많아진 수치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판매량이 4.4% 줄고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국내 판매량이 각각 3.7%, 0.2% 늘어난 것에 비하면 ‘군계일학’이다.
쌍용차의 국내 판매량 성장 요인은 야외 레저 활동 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쌍용차의 ‘주(主)전공’인 스포츠·레저용 다목적 자동차(SUV·MPV) 구입 수요가 늘었고 그에 따른 상품성 개선 모델들이 적기에 출시돼 쏠쏠한 효과를 본 덕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렇다 할 부분 파업 없이 임금 협상을 매끄럽게 마친 노사 간의 화합도 한몫을 했다. 노사 화합 덕분에 쌍용차의 핵심 생산기지인 평택공장은 1년 내내 바쁘게 돌아갔다.
특히 SUV·MPV 차종은 뉴 코란도 C와 렉스턴 W, 코란도 스포츠와 코란도 투리스모 등 전 차종의 2012년 대비 판매량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이들 차종의 총 판매량은 6만755대로 2012년보다 40.4% 늘어났다.
SUV·MPV 차종의 판매 호조 덕분에 국내 자동차 순위에서 최하위로 처졌던 쌍용차는 르노삼성을 제치고 4위 자리를 차지했다. 쌍용차는 2012년 3.4%였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7%로 뛰어올랐다.
◇꿈 이룬 한국GM···추락하는 르노삼성 = 국내 판매 순위 3위를 차지한 한국GM은 오랜 숙원을 풀었다. 한국GM은 ‘국내 점유율 10% 복귀’를 지상 과제로 삼아왔다. 한국GM이 마지막으로 국내 점유율 10%를 넘긴 것은 GM대우 시절인 2007년 10.7%가 마지막이었다.
한국GM은 지난해 15만1040대의 완성차를 판매해 2002년 GM 인수 이후 연간 내수 최다 판매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한국GM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 성적은 11.0%(경상용차 포함)로 6년 만에 두 자릿수 점유율에 복귀했다. 특히 경상용차(다마스·라보)를 빼고도 점유율이 10%를 넘겼다. 마이크 아카몬 전 사장이 남긴 숙제를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이룬 셈이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한국GM의 10% 점유율 복귀에 대해 지난해로 도입 2년차를 맞은 쉐보레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안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GM이 오랜 꿈을 이룬 반면 르노삼성은 국내 자동차 판매 브랜드 중 꼴찌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6만27대의 차를 판매하는데 그친 르노삼성은 2012년보다 판매량이 0.2% 늘었지만 4%대 점유율로 올라선 쌍용차에 밀려 5위가 됐다.
르노삼성은 하반기 신차 QM3로 막판 인기몰이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신차가 없던 탓에 국내 판매 순위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수입차업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박동훈 영업본부장 겸 부사장 부임 이후 성장세로 돌아선 만큼 대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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