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이어 기업인으로 인생 2막··· 마지막 어떻게 장식할까
이희범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이 불과 6개월만에 맡았던 중책을 내려놨다. 공직자로 이름을 날리고 STX 회장직을 맡으며 기업인으로서 화려한 2막을 열었지만 STX에 이어 LG상사도 중도하차다. 재계는 이 前 부회장의 추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19일부로 이 前 부회장은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이란 직함을 벗고 다시 LG상사 고문으로 돌아갔다. 이 前 부회장은 사의를 표하며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STX관련 이슈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LG상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전 회사의 좋지 못한 일과 연루돼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회사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랐다는 얘기다. LG상사는 이에 따라 이희범-송치호 각자대표 체제로 출범한지 두 달만에 다시 송치호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경북 안동 출신의 이 前회장은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972년에는 행정고시에 수석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상공자원부 사무관, 주EU상무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산업자원부 차관, 한국생산선본부 회장, 서울산업대 총장을 거쳐 2003년부터 3년간 제8대 산업자원부 장관의 위치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다.
이 前 부회장은 장관 퇴임후 더 왕성한 행보를 거듭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으로 잠시 교육계에 몸을 담는가 싶더니 한국무역협회 회장,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현대차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 이사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지냈다.
기업가로서의 정점은 ‘STX’라는 대기업의 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이 전 회장은 무역협회장 임기를 마친 후 2009년 곧바로 STX그룹의 STX에너지 회장으로 영입됐다. 이후 2010년 STX중공업 회장, 2011년 STX건설 회장에 선임돼 STX그룹의 에너지·중공업부문 총괄 회장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의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기업인으로서 그의 성적표는 기대에 비해 초라했다. 2008년부터 해외서 에너지, 플랜트 사업을 추진해온 STX그룹의 도약을 기대했지만 다소 초라한 실적이 돌아왔다.
이후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기 시작하던 지난해 5월 이 회장은 중공업·건설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STX측은 “이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회사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안다”고 밝혔다.
STX를 스스로 내려온 이유가 ‘경영실패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회장은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아 LG상사 고문자리에 앉았다. 당시 STX그룹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표류하고 있던 때다. 그리고 다시 5개월여 후 LG상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STX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 前 부회장이 자숙할 시간임에도 경영 일선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STX그룹의 경영난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고는 하지만 최고경영진으로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前 부회장은 LG상사를 이끌게 되면서 경총 회장 연임도 포기했다. 올해 각종 현안이 산적한 경총은 수개월 째 선장 없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재계는 이제 LG상사를 이끈지 6개월여만에 다시 초야로 내려가는 이 前 부회장이 STX 로비 의혹이 일단락 될 때까지는 기업인으로서 전면에 서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前 부회장이 세계 각국 정부 인사와 친분이 두텁고 산업계 탄탄한 인맥을 자랑하는 만큼 추후 다시 경영계로 컴백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한편 검찰은 2009년 3월부터 STX에너지, 중공업 총괄 회장을 지낸 이 前 부회장을 강덕수 회장의 배임에 함께 관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이 前 부회장을 한차례 소환해 관련혐의에 대해 조사했지만 혐의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