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와 만난 김대우 감독은 영화 ‘인간중독’이 ‘19금 멜로’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는 점, 노출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에 자못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노출’ 지론도 펼쳤다.
김 감독은 “‘인간중독’을 보면 글쎄 노출만 보였나”라며 “내가 쓰고 만든 영화에서 항상 노출이 등장은 했다. 하지만 그 노출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성인들의 사랑 얘기를 전하는 데 그럼 마음과 마음으로만 전하는 플라토닉 사랑을 그려야 재미가 있나”라고 웃으며 “노출은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고 나름의 지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남자 배우의 노출로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인간중독’에 담겼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김 감독은 “송승헌이란 배우는 정말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면서 “내가 노출 장면으로 인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늘어났다. 모두 송승헌 때문이다”고 농담을 했다.
촬영 당시 김 감독은 송승헌의 나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그는 “‘어? 이게 뭐야?’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면서 “사실 내게 남자 배우는 일종의 더미와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는. 그냥 여배우를 잘찍어주면 따라오는 존재? 그런데 송승헌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아름다웠다”고 극찬했다. 당시 촬영 감독과 조명 감독 모두 송승헌의 조각 같은 몸매에 서로 경쟁을 하듯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김 감독은 귀띔했다.
김 감독은 노출신을 찍을 때 다른 감독들과 달리 색다른 방식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기존 감독들은 배우들의 부담감을 덜기 위해 필수 스태프를 제외하고 노출 장면 촬영장에서 배제시킨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각 파트의 막내 스태프까지 현장을 지키게 한다고.
김 감독은 “난 배우들의 나신이 단순한 누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신은 배우들이 수십 년을 가꿔온 가장 완벽한 의상이다. 그런 멋진 장면을 찍는데 현장을 경직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나 각 파트 스태프들에게 노출장면을 찍는데 다른 중요한 장면을 찍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을 하게 만든다”면서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야 스태프도 그리고 배우도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중독’ 속 종가흔을 연기한 임지연 역시 “부담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편하더라”며 김 감독의 방식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영화 속 배경인 군 관사에 얽힌 얘기도 전했다. 김 감독은 사실 어릴적 군관사에서 생활한 군인 가족의 자제다. 김 감독은 “아버지가 월남에 다녀오신 파월 장병이시다”면서 “영화 속 김진평 대령처럼 대령으로 예편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송승헌처럼 멋진 외모는 아니시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매번 제 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아버지한테 민망했다”면서 “이번에는 ‘군 관사에서 벌어지는 불륜 얘기다’고 말씀드리니 그냥 웃으시더라”고 민망한 웃음을 터트렸다. 영화 속 일부 장면에선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극중 김진평이 테니스와 비슷한 연식 정구 게임을 하는 장면은 실제 김 감독이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고.
김 감독은 “그 모습이 참 어릴 때 멋지게 남아 있었다”면서 “사실 찍고 나서 보니 그런 느낌이 조금 덜해서 아쉬웠는데 그 장면이 참 인상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영화 속 등장한 관사 인근의 배경과 관사 안의 미술적인 공간 역시 김 감독의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은 어렴풋한 느낌이 기초가 됐다, 김진평의 아내 숙진(조여정)이 조직한 ‘나이팅게일회’는 실제 김 감독의 어머니가 실제 속해 있던 모임. 당시 관사에 살고 있는 부인들의 봉사 모임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김 감독의 기억이 ‘인간중독’ 속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한 것 같았다. 조심스런 질문을 던졌다. 혹시 김진평의 롤 모델이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영화 속 스토리까지도. 김 감독은 폭소를 터트렸다. 그는 “확실하게 말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송승헌처럼 멋지고 아름답게 생기지 않았다”면서 “우리 집사람이 들으면 배꼽을 잡을 소리다. 절대 아니다”고 크게 웃었다.
김대우라면 이름을 생각하면 그의 특이한 영화 제목 작명법도 유명하다. 단편 ‘우유시대’, 장편 ‘방자전’ ‘음란서생’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반칙왕’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냈다. 이번 ‘인간중독’ 역시 마찬가지다. 시나리오 초고에서 정한 타이틀이 그대로 개봉까지 갔다. 김 감독의 영화 대부분이 그렇다고.
그는 “특별한 뜻이나 의도를 갖고 지은 것은 아니다”면서 “그 작품이 갖는 주제를 잘 생각한다. 이번 ‘인간중독’의 경우도 사람에 대한 얘기다. 그리고 사랑을 얘기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간 그리고 중독이란 말이 떠오르더라. 인간은 그렇다 치고, 중독은 솔직히 나쁜 뜻 아닌가. 그런데 인간이랑 붙으니깐 그 나쁜 느낌이 상쇄되더라.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이 그렇게 제목을 지었다”고 특유의 작명법을 공개했다.
여유롭고 느긋하고 유머스러한 김 감독의 성격은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번 ‘인간중독’은 그에게 단 한 가지 ‘도전’이란 키워드를 던졌다. 바로 신예 임지연을 캐스팅한 점이다. 임지연은 ‘인간중독’ 출연 전 단편 3편 출연이 전부인 문자 그대로 생짜 신인이다.
김 감독은 “정말 걱정도 됐고, 임지연에 대한 궁금증도 컸고”라며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 묘함을 화면에 담고 싶었는데 그걸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선 임지연에 대한 가능성을 극찬했다. 김 감독은 “임지연이란 배우 정말 대단하다”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들이대는 순간별로 느낌이 전부 달랐다. 아마 임지연은 자다 깨서 바로 카메라 앞에 세워도 연기가 바로 튀어나올 배우다”고 추켜세웠다. 그의 말처럼 임지연은 ‘인간중독’에서 엄청난 색깔을 드러냈다. ‘인간중독’의 부제가 ‘임지연의 발견’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자신에게 족쇄처럼 채워진 ‘파격’이란 단어에 다소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번 ‘인간중독’ 역시 ‘파격 19금’이란 문구가 대중들을 자극했다. 이에 공감과 거부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김 감독은 “내가 한 번이라도 파격을 시도한 적이 있나. 난 성인영화를 찍는 감독이다”면서 “누구를 잔인하게 죽이거나 팔아넘기거나 윤리적으로 어긋난 표현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파격이라. 진짜 파격을 시도해 볼까란 억울함도 든다”고 웃는다.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주도한 김대우 감독, ‘인간중독’의 다소 어둡고 낯설고 생경한 느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김대우에겐 그런 모습이 없었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선 매번 다른 느낌의 사랑이 샘솟는다. 충무로가 그를 ‘멜로의 마이스터’로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나 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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