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공시지가 조사 도입 분탕질만감평업계 조사 거부하자 금세 꽁무니감평協 의견 받아들여 기존방식 회기제식구 감정원 챙기기 꼼수 비난거세정부 “新제도, 감정원 수익증대 무관”
공시지가 조사 방법을 놓고 파행으로 치닫던 국토교통부와 감정평가협회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감평협회가 ‘조사거부’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자, 명분이 약한 국토부로서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부는 애초 관련 지침을 개정해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 대상 50만필지 중 지가변동률이 1% 이하이고 지가변동요인이 없는 곳은 감정평가사가 직접 현장을 조사하는 대신 한국감정원이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식 감정하는 ‘기본조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감정원이 기본조사를 할 수 있도록 ‘표준지 상시관리체계’도 도입해 감정원에 예산을 주고 용도지역 변경 등 자료를 축적한 뒤 기본조사에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감정평가사가 모든 필지에 대해 직접 현장에 나가 가격을 조사하는 ‘정밀조사’ 방식이다. 반면 정부 안은 가격 변동 적은 곳은 감정원의 기본조사로 대체하고, 가격 변동 큰 지역만 감정평가사들이 현장 정밀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해 국토부가 내건 근거는 예산 절감이다. 감정원이 약식 감정(기본조사)을 하면 감정평가사를 현장에 직접 투입할 필요가 없어 평가 예산 152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본조사’ 방식은 법에 저촉될 뿐 아니라 제 식구 챙기기, 더 나아가 자리 보전을 위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자 국토부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실제 감정원의 기본조사가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서 표준지 공시지가를 감정평가사가 직접 ‘조사·평가’하도록 한 조항에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감정평가사들이 다시 현장 평가를 맡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감평업계 측은 “‘표준지 상시관리체계’는 감정원에 예산을 주기 위해 마련한 졸속 행정의 결과”라며 “줄어든 평가예산을 정부가 감정원의 신규 예산으로 편입해 ‘일감 몰아주기’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밀어붙이기 행정의 기저에는 제 식구 챙기기가 깔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토부 퇴직 관료 집합소로 잘 알려진 감정원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꼼수라는 것.
국토부가 감정평가 선진화란 명분으로 공동주택가격 조사·공시업무 등 민간업체가 맡았던 업무를 감정원에 이관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실상 민간 감평업체와 같은 일을 하는 감정원에 공적업무를 명분으로 일감을 넘기는 것은 시장경제를 무시한 정부의 횡포”라며 “감정원은 순수한 감독기관 역할을 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조사제도 도입이 절감한 공시지가 예산을 감정원에 주기 위한 협회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이 예산은 감정원 업무와 관련한 신규 예산을 확보하려는 것이지 공시지가 비용을 줄이는 것과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kj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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