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원 알맹이 없이 소리만 요란결국 기업인들 움추려 경제골간 흔들대기업도 변화의지 보여야 ‘자성목소리’
“정부는 투자를 독려하지만 대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기업들은 정부가 15조원을 마련해 30조원 이상 신규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시행령 을 확정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과세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음에도 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곳간 채우기에 혈안이 돼 있다.
대기업의 이같은 기업 행태는 고용 악화는 물론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한 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 가동=지난해 12월 말 정부는 2015년 산업은행이 15조원을 마련해 30조원 이상 신규투자를 유도하는 등 투자 리스크를 적극 분담하는 새로운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출자 등을 통해 기업 투자리스크를 분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기업과 공동투자, 상환우선주·전환사채·장기회사채 인수 등 기업 수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4월 산업수요 반영과 장롱특허 방지 등 R&D 혁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R&D 투자가 물적투자를 대체·보완하는 점에서 미래 설비투자 견인효과가 있다고 봐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R&D 투자가 국내 생산,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 서 R&D 효율성 제고, 투자환경 개선 노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규제, 행정절차 지연 등으로 현장에서 대기 중인 기업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조기가동을 지원키로 하며 규제총량제와 ‘손톱 밑 가시 제거 ’ 등 지속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위축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데 정책적 인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대기업, 신성장동력 못찾아 불안감 커져=하지만 기업들은 정부의 이같은 투자 활성화방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업들이 정부의 투자 독려에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에는 과도한 규제와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커져가는 미래불안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규제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선언했으나 ‘기업소득환류세’ 등 규제 성격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기업의 불만을 가중 시켰다는 것이다.
기업소득환류세란 앞으로 발생할 당기 이익 중 투자와 임금, 배당으로 쓰 지 않은 금액의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투자와 배당, 임금 등 더 많은 돈이 가계로 흐르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나 기업에 대한 압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 신규 투자를 유도한다던 정부의 발표와 달리 사실상 투자를 강요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한 꼴”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투자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경제 구조가 수출·제조업 중심에서 내수·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불안한 노사관계와 높은 임금 등 고비용 구조도 원인으로 지적되 고 있으며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환율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기업들은 몸을 잔뜩 웅크린 모양새다.
◇‘오너 경영’ 책임감 강화해야=한국은 10대그룹 중 9개 기업이 오너 경영 체제로 운영될 만큼 기업 환경이 ‘오너경영’ 체제 에 맞춰져 있다.
과거 오너들은 경기 불황과 위급 상황일 경우 과감한 투자와 결단 등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다. 결단이 실패하면 기업과 함께 하는 가라앉은 운명을 가진 책임자로서 리스크 관리와 극복을 위한 노력과 함께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주주들의 반대가 큰 위험요소가 있을 때에도 배포 있는 결단으로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국내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하는 등 과거 오너들의 성과는 눈부셨다.
하지만 최근 오너 2~3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며 이러한 통 큰 투자와 결단은 확연히 줄어들며 장기 전략 수립은 커녕 한치 앞 경영계획 마저 수립하지 못할 정도로 위태한 상황이다.
재벌 총수들의 잇단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 경쟁력 저하와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 글로벌 업황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 등의 악재 가 겹치자 기업들이 잔뜩 몸을 움츠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기업들은 기존에 안주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험을 두려워 해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오너 2~3세들은 책임 경영을 회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전문 경영인체제로 전환한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오너와 달리 전문경영인들은 자신의 임기 내에 성과를 보여야하는 숙명을 안고 있어 미래에 대한 투자 보다는 단기간 실적에 눈멀어 투자는 등한시 하고 성과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의 등살에 밀려 투자를 감행하더라도 리스크가 적고 쉽게 돈 버는데 눈을 떠 외식과 프랜차이즈, 유통업에 진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두산그룹은 버거킹과 KFC를 인수하며 외식사업에 도전했지만 최근 사 모펀드에 재매각했고 오너 2~3세들도 앞다퉈 레스토랑과 프랜차이즈 업계 에 발을 들였다 번번히 실패의 고배를 맛 봐야만 했다.
충분한 준비와 전략 없이 기업의 100년 앞을 내다보는 투자 없이 단기간 매출을 올리고 쉽게 돈 버는 데 급급한 결과 생긴 폐단으로 평가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정부 규제에 힘들다고 곡소리만 낼 것이 아니 라 실험과 모험 정신을 가져야 한다”며 “오너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변혁의 의지를 몸소 보이는 한국 경제의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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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주현 기자
jhjh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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