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상관없는 기입란 삭제, 직무와 인성 검증에 집중유학, 봉사 경험 등 취업위한 경험 모두 제거역사시험 강화해 인문학적 요소 중점으로 살펴
“시험 점수만 보면 엘리트가 분명한데 면접에는 정작 앵무새나 다름없습니다. 면접관들을 위한 답을 줄줄 외워서 내뱉는 거죠. 시험박사와 스펙박사들이 수두룩해서 인사부에서도 여간 골치가 아닙니다.”(A대기업 인사담당자)
“우리회사는 자기소개서 위주로 채용을 많이 합니다. 인턴이나 자신의 경험담 위주로 작성하라고 하는데 많은 경험을 가진 친구들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직장도 사회 위주라는 점에서 얼마나 조직에 융화가 잘 되고 그를 토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거죠.”(B대기업 인사담당자)
기업들이 인재채용 방식을 능력 중심으로 변화 시키고 있다. 1990년대 학벌과 성적 위주의 채용방식에서 21세기 스펙으로 바꾼데 이어 2015년부터는 스펙을 없애고 직무와 소양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탈스펙 인재 이제는 능력보고 뽑는다= 삼성그룹은 올 초 연말 스펙보다는 직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채용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대학, 어학성적 등 스펙보다는 직무 경험을 중요하게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한해 10만명 가까이 응시하는 삼성고시라고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대한 고민이다.
삼성은 다양한 직군별 직무역량 평가를 위해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했다. 직무적합성평가는 서류전형 단계로 해석하면된다. 직군별로 필요한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출신대학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반영하지 않는다.
LG는 스펙을 완전히 제외하고 직무를 중심으로 보기로 했다. 입사지원에 주민등록번호와 사진, 가족관계 현주소 등 개인정보 입력란을 삭제했다. 또 수상경력과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란도 없앴다. 대신 자기소개서와 코딩테스트, 영어면접, 인턴십 등 직무별 특화 전형으로 구직자를 평가한다. 한화는 2013년부터 인적성검사를 폐지하고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임원면접 순으로 진행했다
SK그룹도 올해부터 지원서류에 외국어성적과 수상경력, 해외경험 등 스펙 항목을 모두 삭제했다.이 같은 흐름은 SK가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는 2년 전 사진, 부모님 주소, 이중국적 내역, 고등학교, 전공, 석박사 전과 및 편입 여부, 교육이수, 외국어 구사능력, 부모님 연락처 등 8개 항목을 없앴다. 2013년 하반기부터는 해외거주, 비상연락망, 부전공 등 3개 항목도 사라졌다. 활동내역, 경력사항, 수상내역 등 3개 항목은 간소화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2년전 사진, 부모님 주소, 이중국적, 고등학교, 전공, 석박사, 편입 여부, 교육이수, 외국어 구사능력 등 업무에 필요없는 항목을 없앴다. 또 해외거주와 수상내역, 활동내역, 경력사항 등 3개 항목은 간소화했다.
포스코그룹은 해외연수경험 등 스펙 항목은 지원서류와 평가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공학인증 프로그램 이수와 전공외 타전공 수강, 문이과 과목 교차 수강 등 학교 생활 점수를 면밀하게 살폈다.
외모 평가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원서에 증명사진란을 없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신장제한을 폐지했다.
◇인재채용 직무와 인문학 중심 = 스펙을 완전히 배제하고 직무만 보는 채용 방식도 크게 늘었다. 삼성은 하반기부터 각계열사가 직무별 지원을 받아 평가한다. 영업.경영지원직군은 직무 에세이로, 전문.기술직군은 전공과목과 심화전공 과목 학점 등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직무별 맞춤 채용 프로스세를 통해 직무 성격에 따라 K형(Kreative, 창의), I형(Interactive, 소통), A(Adventurous, 도전)형 인재군으로 구분해 직무에 적합한 맞춤 전형을 한다.
SK그룹은 개인 직무역량만으로 뽑는 바이킹챌린지 채용 규모를 작년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바이킹챌린지는 2013년부터 오디션 면접을 통해 개인 역량만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서류와 면접에서 직무역량 평가요소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인적성검사는 없지만 직무평가를 중심으로 한 면접으로 진행한다.
대기업들은 또 중점으로 보는 부분은 인문학적 요소다. 최근에는 감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은 시험문제에 인문학을 강조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인적성검사에서 역사 문제를 출제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현재까지 삼성, 현대차, LG. SK, GS, 포스코, CJ, 신세계, 롯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알려진 곳만 11곳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학업성장과 뛰어난 스펙을 가졌지만 상식점수는 상식 이하였던 신입사원이 많았다”며 “사람 됨됨이는 물론 사원들이 가진 역사관 등이 기업 역량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중점을 두고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인적성 검사에서 ‘역사에세이’ 평가 등 역사문제 출제비중을 높여 역사관과 인문학적 깊이를 측정한다.지난해 세종대왕의 과거 시험에서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두고 자신이 받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주제로 내놓기도 했다.
LG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웨이핏 테스트에서 한국사와 한자 20문항을 포함했다. 삼성은 기존 상식영역에 역사문제를 대폭 확대했다. 한국사외에 세계사도 추가했다. 포스코는 이공계를 중심으로 채용하지만 문·이과 과목 교차수강 등 인문학적 소양을 본다. GS그룹은 한국사능력검사를 따로 뒀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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