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슈퍼스타K2’에서 작은 체구에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수 허각. 여러 뮤지션들의 극찬을 받으며 ‘슈퍼스타K2’의 우승을 품에 안고 같은 해 첫 번째 싱글 곡 ‘언제나’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애절한 감성으로 젊은 층의 공감을 이끌며 음원 강자로 올라선 허각이 2013년 11월 ‘향기만 남아’ 이후 17개월만에 컴백을 선언했다. 총각이었던 허각이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빠, 남편이 되어 대중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크다 보니 육아를 하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또 제가 콘서트를 끝내고 쉬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어요. 아들 보느라 정신 없었죠.(웃음) 그래도 잘 쉬고 나왔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충전한 만큼 보여드릴 일만 남았어요. 기대해주세요”
허각은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사월의 눈’을 발표했다. 허각의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기반으로 허각의 성장과 변화를 고스란히 담은 앨범인 동시에 많은 고뇌의 흔적이 담긴 앨범이다.
이제 평생 자신의 옆에서 온전한 ‘내 편’이 두명이 더 생긴 상황에서 행복함을 외쳐도 모자를 시기에 한 남자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사월의 눈’. 음악만 들어서는 ‘허각’이라고는 알 수 없을 정도다.
“제 정서가 그런 것 같아요.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해도 발랄하고 행복한 노래를 하기에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노력을 해봤지만 잘 안되더라고요. 시도는 계속 하고 있고, 안할 건 아니고 저는 아무리 불러도 정서에는 슬픈 노래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
데뷔 후 처음으로 소속사 대표와 대화를 했다. 녹음과 수정을 여섯 번이나 할 만큼 심혈을 기울였으며 뜻 깊고 의미 있는 앨범으로 볼 수 있다.
“곡 음역대가 처음부터 높다보니 가성을 썼어요. 수정한 게 이정도예요.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서 소프트하게 푼 것 같아요. 정말 깨끗하게 해봤다가 거칠게도 해봤고,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이 곡에 대한 애착이 많이 생겼죠. G.고릴라 선배님이 디렉을 봐주셨는데 정말 끈끈해졌어요. 마지막에 수정을 하러 가실 때는 ‘너가 알아서 해라’ 이러시더라고요. 하하하”
◆ ‘사월의 눈’,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감성
‘4월에도 눈이 올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사월의 눈’. 그런 느낌으로 가사를 썼다. ‘내게도 봄이 올까요’라는 가사처럼 자신에게도 따뜻한 봄날 같은 사랑이 올까라는 생각으로 해석했단다. 4월,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눈에 형상화한 것이다.
“버스커버스커를 의식한 건 아니에요. 하하하. 이 곡을 소개할 때 굉장히 난해하더라고요. 하얀 설원위에 시적인 표현을 하니까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쉽게 풀어나가자면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것 처럼 한 남자가 헤어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면서 그 사랑이 또 찾아올까. 그런 걸 그리워하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가사가 추상적이고 시적이죠”
‘사월의 눈’ 재킷 촬영을 위해 일부러 강원도의 스키장을 찾았다. “진짜 얼어 죽을 뻔 했다”며 너스레를 떠는 허각에게서 타이틀곡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 나왔다. 허각은 그렇게 지나가는 겨울이 아쉬운 듯, 다가올 봄의 초입에서 살며시 우리의 가슴을 두드릴, 어쩌면 또 다른 본인만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모든 곡에 대한 애착이 있는 만큼 17개월이라는 시간의 목마름에도 정규앨범이 아닌 미니앨범으로 발매했다. 모든 대중들에게 자신의 곡을 들려주고 싶다는 허각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비디오 형 가수’가 넘치는 가요계에서 허각만의 ‘공연형 가수’를 고집하는 마음도 더해져있다.
또 이번 앨범을 음악적 터닝포인트라고 말한다. 형식적인 걸 싫어하는 성격이 반영됐다. 노래하는 인생에 있어 변화가 필요했으며, 과묵한 이미지가 있어야겠다는 욕구가 생겼단다.
“모든 곡을 활동하면서 들려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미니앨범이 들어 있는 다섯 곡들도 기회가 되면 방송에서 다 들려드리고 싶어요. 정규 앨범이 나올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준비를 했어요. 그래서 모든 곡을 다 들려드리지 못하는 게 솔직히 아쉬웠어요. 정규 음반을 1장 낸 게 있는데 그것도 못 들려드려서 아쉬운 곡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공연이나 콘서트에서 들려드릴 기회뿐이라서 미니앨범이나 싱글 앨범으로 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제가 라이브 공연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제가 에이큐브 소속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처음에 계약할 때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거든요. 지난해에 재계약을 했는데 에이큐브만한 회사가 없는것 같아요.(웃음)”
◆ “가족, 내가 노래하는 이유”
허각은 지난 2013년 10월 동갑내기 중학교 동창과 결혼했다. 그리고 둘 사이의 사랑의 결실, 아들 허건을 낳았다. 최근에는 아들 허건의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해 돌잔치를 열며 행복한 아빠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아들이 에이핑크 ‘LUV’를 틀어주며 바운스를 타기 시작했다며 찍은 사진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아들 바보의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가족이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제일 크죠.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살 때와 제 가족을 보호하면서 살 때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무게감도 있어졌고 목표의식이 바뀌고 하루하루가 달라진 것 같아요. 힘이 닿을 때까지는 노래를 하겠지만 그게 가족이 없으면 못할 것 같았어요. 이 사람들이 없으면 못하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아빠가 되면 철인이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제가 감정에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더 눈물이 많아지고 감수성이 풍부해지더라고요. 쉬면서 생각도 많아졌고 조금 더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감수성이 노래에도 많이 들어갔어요.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 슬픈 이별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생기니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가족이 없으면 못할 것 같다’는 말처럼 이제 허각에게 아내와 아들은 그를 버티게 해주는 존재가 됐다. 지금껏 자신을 위해 노래했다면 이제는 가족을 위해 노래할 것이라는 다짐이 느껴졌다. 음악보다 가족에 비중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는 가족들이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게끔 다잡아준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지금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하루하루가 감사하게 돼요. 인터뷰나 드라마, 영화에서 이런 말 하는 사람을 이해 못했는데 이제는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이 음악을 할 때만큼 행복함을 느낀 만큼 아들이 가수를 한다고 나서면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 못하면 안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대중들에게 이슈가 안 되는 직업들이 많은데 재능이 된다면 작곡가는 정말 시키고 싶어요.(웃음) 아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면 잘 자는데 와이프가 노래를 하면 아들이 울더라고요. 하하하. 와이프가 임신했을 때 제 노래를 가지고 태교했던 영향도 큰 것 같아요”
연신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자신도 육아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혼자서 찍고 있단다. 지난 1월에는 같은 소속사 식구인 에이핑크의 콘서트도 아들과 단 둘이 구경을 가기도 했다고. 거기에 아이가 있어서 처음 만난 사람들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흔한 ‘아줌마’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젖병 닦는 것부터, 아이 목욕시키는 것. 엄마가 하기 힘든 일들을 도맡아 하는 듬직한 아빠로 크게 성장했다. 아이는 자신을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크게 성숙시켜줬다고 말한다.
◆ 머무르지 않는 뮤지션, 늘 초심을 잃지 않기
최근 가요계에 불고 있는 콜라보레이션 곡 발표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에일리와 다비치 이해리, 박보람, 포맨 신용재 등 친분이 있는 가수부터 실력파 뮤지션들을 꼽았다. 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콜라보레이션 멤버는 ‘슈퍼스타K2’에서 함께 오디션을 참가했던 친구들과 하고 싶다고.
“인터뷰 할 때마다 항상 했던 이야기인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친구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어요. 물론, 기회가 된다면요. 에이핑크에서는 정은지와 했는데 다른 멤버들과도 해보고 싶어요. 정은지 말고도 박초롱, 손나은도 노래를 잘하거든요. 노래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누구든지 허락하면 해보고 싶어요.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가요?(웃음)”
익숙함과 변화의 그 어디쯤에서 여운과 감동을 더한 이번 앨범은 대중들이 예상하는 기존의 허각 스타일에서 보기 좋게 비껴간다. 조금 더 힘을 뺐고 여유가 배어 나오는 듯 하지만 그 중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허각을 변화시킨 가족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직업 특성상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그게 가족에게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아이한테 할애하는 시간이 많고 가족들이나 와이프가 좋아하고 있죠. 매사에 이 직업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가족들에게도 감사하고요. 요새는 감사할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변화를 꾀한 허각의 음악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늘 ‘열심’이라는 단어는 잊지 않는다.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 가수 허각으로 우리 곁에 남아주길 바란다.
“열심히 준비 했으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항상 하는 말이지만 열심히 노래하겠습니다” [사진=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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