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드라마를 집필하는 작가와 메가폰을 잡는 연출자인 PD도 연이은 흥행 성공과 웰메이드(Well made) 드라마의 제작을 견인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소위 스타 작가-PD가 된 이들의 차기작에는 전작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전작의 높아진 기대만큼 극의 소재와 주연배우 캐스팅에도 관여한다. 이는 새 작품의 화제성과도 직결된다.
화제성이 높은 작품은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그렇기에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이 갖춰지는 것. 캐스팅 역시 순항이다.
이왕이면 전작을 통해 검증된 스타 작가-PD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게 배우들의 공통적인 마음일 터. 그렇기에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비교적 나은 환경에서 작업하기를 원하고, 지상파-비지상파 가릴 것 없이 이동하기도 한다.
강렬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세 명의 스타 PD-작가가 있다. ‘황금의 제국’, ‘추적자’의 조남국 PD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조수원 PD,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15년 하반기, 나란히 새 드라마로 돌아왔다. 뜨거운 여름 날씨 만큼이나 이들의 작품 역시 팬들의 기대로 뜨겁다.
◆ ‘정도전’ 인기, ‘어셈블리’가 넘을까
KBS1 ‘정도전’은 지난해 상반기 TV를 뜨겁게 달군 드라마다. 고려 말 조선 초의 정치가 정도전의 이야기를 브라운관에 옮긴 드라마는 정치인들의 사이에서 회자될 만큼 뜨거운 인기 얻었다.
이 배경에는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의 경험에 기반한 정치적 이야기에서 주는 섬세하고 리얼한 힘이 깔려있다. 그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여야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경험을 입체적으로 극에 실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국회를 배경으로 다룬 드라마를 쓴다. 정현민은 지난 7월 15일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어셈블리’(극본 정현민, 연출 황인혁)를 통해 실감나는 정치와 국회를 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어셈블리’는 20여년간 용접공으로 일하다 해고된 진상필(정재영 분)이 정치가들의 힘 겨루기에 끼어 전략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진상필은 정재영이, 그의 보좌관 최인경은 송윤아가 각각 분하며, 박영규-장현성-손병호 등 실력파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회를 배경으로 실감나게 펼쳐지는 대사와 상황, 또 거리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의 성장 스토리가 볼거리다.
◆ 조남국PD, 악역 없고 욕망만 있다
‘황금의 제국’과 ‘추적자’를 비롯한 전작에서 조남국 PD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를 조명하며 선당도 악당도 없는 세상을 잘 표현해 인기를 얻었다.
일명 조남국 표 드라마에는 악역이 없다. 인간의 욕망만 있다. 그만큼 인간의 욕망에 집중하고, 잘 표현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정통 느와르로 돌아왔다. 지난 7월 24일 첫 방송 된 종합편성채널 JTBC 새 금토드라마 ‘라스트’(극본 한지훈, 연출 조남국)에서는 100억 원 규모의 지하경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투의 서막이 올랐다.
‘라스트’는 동명의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로, 윤계상은 지하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열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려는 장태호 역을, 이범수는 지하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조직 서열 1위 곽흥삼 역을 각각 맡아 대립한다.
특히 이철민(독사 역)·장원영(악어 역), 김영웅(배중사 역), 조재윤(뱀눈 역) 등 믿고 보는 명품배우들이 조연으로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작품은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였던 장태호(윤계상 분)가 주식작전에 실패, 한 순간에 인생이 몰락한 뒤 우연찮게 서울역에 숨겨진 지하세계에 발을 딛게 되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라스트’는 어두운 남자 향기를 풍기며 액션과 느와르 장르의 장점을 골고루 살리고 있다.
믿고 보는 조남국 표 드라마가 금,토요일 오후 JTBC를 구원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조수원 표 멜로, 이번에도 通할까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극본 정도윤 이하나, 연출 조수원)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를 연이어 흥행시킨 조수원 PD가 메가폰을 잡은 드라마다.
트렌디 멜로 드라마를 잇따라 흥행시키며 남녀주인공을 한류스타 반열에 올려 놓은 조수원 PD가 또 다시 멜로를 그린다는 점이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만에서 흥행을 거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출한다는 점. ‘너를 사랑한 시간’의 원작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은 대만드라마 ‘아가능불화애니’다. 국내에서도 ‘연애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바 있다.
원작이 이미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이 유리할 법 하지만 비교도 피할 수 없을 터. 국내에서 제작이 된다는 사실과 배우 하지원이 여자주인공에 낙점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대감은 높아졌다. 여기에 조수원 PD가 연출을 담당한다니 그야말로 화룡점정.
‘너를 사랑한 시간’은 오랜 시간 동안 우정을 이어 온 두 남녀가 서른이 되며 겪게 되는 성장통을 그린 드라마로 30대의 일과 사랑을 현실감 있게 그리며 공감을 얻고 있다.
◆ 스타 연출진 활약, 안방극장의 진화
방송사는 전작작에서 검증된 바 있는 스타 작가-PD를 선호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누가 쓰느냐, 연출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차이기 때문.
이는 시청률과도 직결된다. 드라마를 가르는 성적표인 시청률은 제작사 입장에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항목이다.
또 배우들 역시 이왕이면 검증된 스타작가-PD들과 일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만남은 그야말로 윈-윈(Win-Win)이 아닐 수 없을 터.
시청자는 즐겁다. 잘 만들어진 작품에 좋은 배우가 연기로 의기투합한다면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시너지로 인해 잘 만들어진 영화에 버금가는 명품드라마가 탄생되기도 한다.
‘시크릿 가든’의 김은희 작가와 ‘미생’의 김원석 PD가 만난 tvN ‘시그널’, ‘내 딸 서영이’, ‘찬란한 유산’의 소현경 작가와 ‘싸인’을 연출한 김형식 PD가 만난 tvN ‘두 번째 스무살’ 등 하반기 라인업 역시 풍성하다.
이러한 현상은 안방극장의 진화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좋은 연기자만큼 중요한 것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연출진이다. 밑그림이 좋아야 호연도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실력이 검증된 연출진들이 안방극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좋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을 확장, 웰메이드 드라마를 탄생시킨다.
앞으로도 스타와 스타가 만나 도전하는 새 작품을 안방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사진=SBS, JTBC, KBS]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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