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cm가 훌쩍 넘는 키에 화려한 언변과 쇼맨십, 달콤한 말.
연예인이 아니다, 요리를 만드는 셰프 말이다.
오늘날 TV는 맛있어 졌다. 요리하는 방송을 지칭하는 쿡방(Cooking+방송)도 진화했다.
연세가 지긋한 중년 여성이 나긋나긋 요리를 설명하고, 오랜 주부 내공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설명하는 방송. 과거의 쿡방은 그랬다.
2015년 현재는 다르다. TV에서 요리를 선보이는 주체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었고, 연령대 역시 5,60대 중장년층에서 3,40대로 젊어졌다. 셰프가 젊어지면서 요리 역시 신선해졌다. 한식 위주의 레시피에서 양식, 일식 등 다양한 종류의 요리가 펼쳐진다.
현재 셰프들이 출연하고 있는 쿡방으로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2 ‘해피투게더’, ‘인간의 조건 시즌3’, tvN ‘집밥 백선생’, ‘수요미식회’, 올리브TV ‘한식대첩 시즌3’,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이 있다.
넘치는 쿡방 만큼 배출된 스타 셰프들도 많다. 백종원, 최현석, 이연복, 이원일, 정창욱, 맹기용, 강레오, 루이강, 오세득 등이 이름과 얼굴을 알렸으며, 연예인 못지않은 캐릭터까지 구축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방송 이후 이들이 운영하는 혹은 종사하는 레스토랑은 한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또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섭외 요청 역시 봇물 터지듯 밀려오고 있는 것.
대중은 셰프를 ‘요리하는 사람’이 아닌 하나의 스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예능프로그램에서 형성된 캐릭터의 영향도 없지 않다. 예능에서 최현석은 ‘허세’, 박준우는 ‘허당’, 오세득은 ‘낭만’ 등 수식어를 얻으며 제 나름대로의 색을 입었다. 이후 셰프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인 셰프테이너라는 말이 생기며 또 하나의 영역이 생겼다.
논란은 인기를 타고 온다.
셰프테이너들은 하나 둘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맹기용은 지난 6월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꽁치 때문에 울었다.
훈훈한 외모에 빵빵한 집안 덕에 엄친아 라는 별명을 얻으며 맹기용은 ‘냉장고를 부탁해’에 야심차게 합류했다. 그는 꽁치와 빵을 이용해 맹모닝을 만들었지만 비린내를 잡지 못해 패했다. 이후 셰프 자질 논란이 불거졌지만, 다음 회차에서 제작진은 첫 승을 거둔 맹기용을 3분 동안 비췄다. 이는 '맹기용 감싸기' 논란을 부추기며 거센 비난과 마주했다.
편집과 연출을 통해 사태를 무마하려던 제작진의 짧은 생각이 역효과를 불러온 것.
맹기용은 결국 5주 만에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자진 하차했고, 대중에 사과했다. 이와 동시에 억울한 심경도 드러냈다. 맹기용의 억울함은 공감할 만 했다.
강레오 역시 인터뷰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강레오는 한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요리사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방송에 출연하면 소금만 뿌리면 웃겨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공부하면 자신이 커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자꾸 옆으로 튄다. 분자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이후 해당 내용이 최현석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고, 강레오가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커진 불씨는 진화되지 않았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레시피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은 백종원 역시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백종원은 그의 부친 백승탁 전 충남교육감이 대전의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캐디를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로 송치되었다.
이후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녹화에 불참하기로 결정, 제작진 역시 그의 의사를 존중했다. 그는 악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커진 탓에 녹화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사람이면 평범할 대화일 수도 있는데 갑자기 관심을 얻다보니 논란이 되고 디스가 되는 것 같아요. 셰프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의 업장을 챙기느라 엄청 고생해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는 지난달 8일 열린 ‘집밥 백선생’ 공동인터뷰 현장에서 백종원이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현재 포화상태인 셰프들은 한 명씩 차례대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위에 열거하지 않았지만 이원일도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였고, 이연복도 방송 중단 선언을 번복하는 등 사소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연이은 논란이 단순히 높아진 인기 탓일까.
프로그램에서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는 제작진의 잘못이 8할이라 할 수 있다. 제작진은 편집이라는 장치를 통해 얼마든지 연출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한 명의 셰프를 스타로 만들 수도, 또 맹기용처럼 나락으로 보낼 수도 있다.
셰프는 연예인이 아니다. 삼고초려해서 섭외했다면 제작진 역시 그 책임을 져야할 터. 또 일반인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그 섭외에 대한 무게감을 인지해야 한다.
셰프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일반인이지만 방송을 하고 있는 이상 본인의 말과 행동이 영향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인기에 취할 수도, 쏟아지는 악플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어깨에 짊어진 짐과 같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할 터.
쿡방과 셰프테이너는 좋은 콘텐츠다. 리얼을 표방하며 재미를 강요하던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예능 시장에 신선함을 안겼고 이후 쿡방 콘텐츠는 진화했다.
현재 쿡방은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방송가는 셰프가 인기를 얻자 너도나도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상파 비지상파 할 것 없이 익숙한 그림을 반복하는 탓에 시청자들은 서서히 흥미를 잃어각 ㅗ있다.
쿡방을 계속해서 건강하게 즐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비난을 멈춰라.
셰프 개인에게 보내는 관심을 줄이고 요리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무엇보다 쿡방과 셰프테이너라는 콘텐츠를 더 재미있게 발전시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제작진과 시청자가 함께 고민해 볼 때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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