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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제작진·노홍철의 경솔한 잉여 접근법

[NW초점]‘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제작진·노홍철의 경솔한 잉여 접근법

등록 2015.09.30 16:07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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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제작진·노홍철의 경솔한 잉여 접근법 기사의 사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노홍철과 제작진의 착각에서 시작됐다.

‘다 쓰고 난 나머지 혹은 나머지’

이는 잉여의 사전적 의미다. 시쳇말로 잉여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도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절박하고 참담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청춘을 일컫는 말이다.

잉여라는 단어에는 취업 전쟁에서 매번 실패한 젊은이들의 녹록치 않은 삶의 무게와 상실감, 박탈감 마저 담겨있다. 웃픈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MBC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제작진이 잉여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지난 28일, 29일 양일간 MBC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방송했다. 방송을 통해 노홍철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지 9개월 만에 지상파 방송에 복귀했다.

함께 출연한 잉여로는 프리랜서 여행작가 태원준, 스트리트 예술가 료니, 이민호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소속 신인배우, 서울대에 재학 중인 이동욱, 자숙 중인 10년차 방송인 노홍철.

사진=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사진=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들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그저 헛웃음이 나온다.

나름대로의 고민이야 있겠지만, 이들을 일반 집단의 표본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 지점은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단순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고, 하는 일이 순조롭지 않다고 하여 잉여이겠는가. 제작진의 착각은 여기서 출발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원작인 동명의 영화(감독 이호재)를 모티브로 제작한 예능프로그램이다. 원작의 영화에서는 등록금에 발목 잡혀 매일을 아르바이트에 쫓기고, 스펙 없이는 사회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을 잉여로 내세워 도전과 모험을 통해 용기를 얻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1년 동안의 잉여들에게 일어난 변화를 통해 감동의 메시지를 안겼다.

2부작 예능과 영화를 어찌 비교할 수 있으랴.

영화와 예능을 비교하겠다는 게 아니다. 잉여라는 단어에 대한 책임감의 차이를 논하고 싶은 거다. 영화에서 잉여를 대하는 신중하고 진지한 시각과 방송에서 보여진 안일한 시각의 차이는 극명하게 갈렸다.

잉여스럽지 않은 출연자들이 절박하다는 점을 같이한다. 노숙을 하고, 몇 일간 빠듯한 생활비로 생활을 한다. 이 과정에서 용기를 얻고 도전을 한다는 설정부터 오류가 있었다.

사진=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사진=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그렇다면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누구를 위한 방송이었나. 노홍철의 복귀를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시선도 지배적이다.

복귀를 염두해 둔 파일럿 방송이었다면 좀 더 성의있게 방송에 임했어야 맞다. 노홍철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사과도 없었다.

물의를 빚은 후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에 얼굴을 비추며 시청자들에게 전한 사과도 인사도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단지 한 외국인 커플의 차를 얻어 타 “운전면허가 취소되었고, 모든 걸 잃었다. 음주운전 하지마라. 영원히”라는 자조 섞인 농담만 있었을 뿐.

모든 것을 잃었다는 노홍철. 그는 촬영 이후 FNC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이제 본격 활동을 시작하는 일만 남았다.

단순히 노홍철의 탓으로 치부하기에는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결국 노홍철과 제작진, 모두 오류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

노홍철이 방송을 통해 감수해야 할 건 무엇일까. 또 제작진이 진정 끌어안았어야 할 것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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