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삼성과 빅딜 통해 ‘종합화학계열사’로 발돋움업계 내 ‘LG·한화·롯데’ 중심 ‘3강 체제’ 공고해져SK도 ‘넥슬렌 사업’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시장에 도전장삼성SDI는 화학사업 접고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
삼성그룹이 2년 연속으로 화학 계열사에 대한 빅딜을 단행함에 따라 국내 유화업계가 대변혁을 맞았다. 선두 업체인 LG화학, 삼성 계열사 흡수로 덩치를 키운 한화 그리고 롯데가 가세함으로써 굳건한 3강 체제가 구축됐다. 여기에 SK도 그룹 내 주력 사업인 화학 부문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업계 내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그룹은 삼성의 남은 화학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이 삼성그룹을 떠나 롯데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롯데 측은 이달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와 내년 2월 신규 법인 설립이 이뤄지면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등을 거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빅딜 이후의 운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과거 롯데그룹이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한 후 한동안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업체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롯데케미칼로 합병됐다는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장기적으로는 결국 하나의 회사로 합치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는 삼성의 화학계열사를 인수함으로써 종합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룹 내 화학 부문을 이끌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합병과 굵직한 프로젝트 추진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범용 제품 위주의 사업구조는 늘 약점으로 꼽혀왔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롯데로 이동하는 계열사들은 각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은 고부가 합성수지(ABS) 사업에서 국내 2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도 세계 6위에 달한다. 고강성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PC), 인조대리석 등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삼성정밀화학은 건축·산업·섬유·의학 등 다방면에 사용되는 염소·셸룰로스 계열 정밀화학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BP화학도 초산, 초산비닐(VAM), 수소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로써 제품군을 대폭 늘린 롯데케미칼은 타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역량을 갖게 됐다.
이에 앞서 유화업계에 적잖은 파란을 몰고 온 기업이 바로 한화다. 한화는 올해 삼성과의 빅딜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석유화학 부문에서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 한화케미칼·여천NCC·한화화인케미칼·한화첨단소재로 이어지는 6사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한화는 범용 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를 세계 9위 수준인 총 291만톤 수준으로 늘렸고 나프타 중심의 기존 구조에서 콘덴세이트와 LPG 등 다양한 원료를 추가함으로써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원료인 나프타의 대량 공동구매로 원가절감도 가능해졌고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에 두 곳의 나프타 크래킹센터(NCC)를 운영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충한다는 이점도 생겼다. 파라자일렌(PX)과 벤젠, 에너지사업(LPG·경유·항공유)으로 사업을 넓힘으로써 안정적인 사업기반도 마련했다.
물론 현재 유화업계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평가받는 곳은 LG화학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2조5800억원, 영업이익 1조3100억을 기록해 업계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아직까지는 한화와 롯데보다 우위에 있는 셈이다. 토탈·종합화학을 합친 한화 석유화학 계열사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9조3091억원이며 롯데도 인수를 앞둔 계열사를 모두 반영한 매출액은 19조2083억원으로 집계됐다.
LG화학은 올해도 중국 수요 둔화·유가 하락 등 위험 요인에도 불구하고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고부가 제품인 고흡수성수지(SAP)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한편 수처리 사업과 전기차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비석유화학부문의 실적기여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농약과 비료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동부팜한농 인수도 노리고 있어 당분간 업계 1위의 자리는 내놓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넥슬렌 공장 준공과 함께 세계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SK그룹의 행보도 주목된다. SK종합화학이 사우디아라비아 화학기업 사빅(SABIC)과 합작해 설립한 울산 넥슬렌 공장은 연산 23만톤 규모의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생산한다.
해당 시장은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 등 일부 글로벌 화학사가 장악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SK종합화학은 지난 2004년부터 넥슬렌 촉매·제품·공정 등을 100%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공장 건설과 관련해서도 해외 기술을 빌리지 않았다.
SK는 조만간 사우디와 미국 등에 라인을 추가해 고성능 폴리에틸렌 생산규모를 100만톤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준공을 계기로 글로벌 사업 거점 확장을 위한 양측의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전세계 경기 불황과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으로 위기감을 느낀 업계가 생존을 위해 자발적인 사업재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울러 고부가 제품을 늘리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한 국내 화학기업이 경쟁력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계열사를 넘기면서 화학 사업에서 손을 떼는 삼성은 비주력 부문을 정리하는 대신 신수종 사업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모으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단 삼성SDI는 빅딜을 통해 얻은 재원을 전기차 사업에 투자한다.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소재 R&D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부문을 인수했으며 중국 시안에 준공한 전기차 공장도 지난달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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