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인텔 지분 10% 확보해 최대주주로 중국 이어 미국도 자국 반도체 육성 기조 공식화 삼성·SK 난항 봉착···"정부, 외교력으로 뒷받침해야"
2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약 10%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기존 1대주주였던 블랙록(지분율 8.92%)을 제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반도체법에 따라 지급하는 보조금의 반대급부 성격을 띠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미 상무부는 인텔에 최대 78억6500만달러(약 10조9000억원) 직접 자금 지원을 포함해 총 109억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했는데, 현 정부는 한 단계 나아가 지분을 넘겨받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립부 탄 인텔 CEO와의 앞선 면담에서 이 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의 행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엔 여러모로 '악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지분 요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다. 미국 정부가 자신들로부터 보조금을 약속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같은 거래를 계획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는데, 인텔의 사례로 그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모양새여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 47억5000만달러와 4억5800만달러를 확보한 만큼 미국 정부가 이들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계정에 인텔 지분 취득 소식을 공개하면서 "우리는 그와 같은 거래를 많이 하고, 더 할 것"이라고 언급해 우려를 키웠다.
반도체 시장 경쟁이 '국가 대항전' 성격을 띠게 된다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중국에 이어 미국도 자국 기업에 국유화 성격의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시장 질서 자체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자유경쟁 원칙에 따라 민간 기업이 기술과 자금력으로 우열을 가리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정부 간 싸움의 양상을 보일 공산이 크다.
중국의 경우 201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자국 기업 육성에 주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수백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YMTC·SMIC 등 현지 기업에 화력을 쏟았다. 또 2018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제조 2025' 산업계획을 공유하며 첨단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성과도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첨단 미세공정(7nm 이하) 기술은 여전히 뒤처지지만, 일반 품목에 쓰이는 중간재 정도는 현지에서 수급 가능한 수준까지 체력을 끌어올렸다. 일례로 중국의 레거시 칩 글로벌 점유율은 34%(2024년 기준)에 이른다.
따라서 우리 기업으로서는 그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지만, 꺼내들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 미국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현지 생산을 늘리거나 투자를 확대하려 해도, 높은 비용과 제한된 투자 여력으로 난항에 직면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구축을 위해 투입하는 금액만 총 370억달러(약 51조2900억원)에 달하며,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원)를 들이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이 가운데 투자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설상가상 중국 수출길도 좁아지고 있다. 첨단 AI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미국 측 조치가 반복된 탓이다. 그 여파로 현지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올 상반기 삼성·SK 중국 현지법인의 매출은 각각 10% 이상 주저앉았다.
이에 업계에선 우리도 정부와 기업의 '원팀' 체제로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은 '2나노 파운드리'나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같은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 주도권을 쥐고, 정부는 외교무대에서 측면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대외 변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면서도 "단독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도 다자 협상 채널을 적극 활용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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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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