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보국 신념으로 설립된 기업선거 전리품 전락···외풍에 흔들전임회장 비리수사 마무리 계기정부, 신뢰·경쟁력 회복 도와야
포스코가 검찰 수사라는 악재를 털어버리고 본격적으로 경영쇄신에 전력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올해 3월부터 8개월간 이어졌던 ‘포스코 비리’ 수사를 지난 11일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검찰은 지난 3월부터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대적으로 포스코 비리 수사를 진행했다. 8개월간 이어진 수사로 일부 경영진의 부패를 비롯해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를 어느 정도 규명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수사는 포스코 경영을 크게 위협했다. 포스코는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국민기업으로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혀오던 것에서 비리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정작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의문을 들게 한다. 수사 결과 포스코 전 임원과 협력사 대표, 정치인 등 32명이 기소됐지만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 핵심인물은 불구속기소됐다.
이 때문에 포스코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이 전임 경영진에 대한 비리를 수사에 나서면서 수사범위를 포스코 전체로 확대해 포스코의 기업 이미지가 더욱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철보국’ 신념으로 설립된 포스코가 2000년 민영화되면서 주인 없는 회사로 존재해왔었던 것이 이번 포스코 비리 사건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민영화된 이후에도 포스코 인사와 포스코를 통한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권의 개입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범죄 혐의 역시 대부분 ‘권력형 비리’와 관련이 있다. 포스코의 회장 직을 차지하기 위해 정권의 힘을 빌리고, 이에 대한 대가로 정치권력과 그 주변 인물들의 각종 청탁과 특혜를 들어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포스코와 정치권의 유착은 지난 정부에서 더욱 극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정 전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MB정부 시절 최고 권력자로 꼽혔던 이상득 전 의원이 개입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이 같은 정권과의 유착으로 자행된 각종 비리 행위로 포스코는 급격히 부실해졌다. 정 전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2009년 포스코의 계열사 수는 35개였지만 3년 뒤인 2012년에는 70개로 급증했다. 정 전 회장의 납득할 수 없는 이 같은 인수합병 등으로 그의 재임기간 동안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4조원 줄고, 부채는 20조원 늘었다.
따라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포스코 흔들기’를 끊어내고 포스코가 본업에 집중하도록 더 이상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다음 정권에서도 정치권이 포스코를 선거 전리품으로 취급한다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철강기업의 앞날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재 포스코를 이끌고 있는 권오준 회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 회장은 선임 때부터 정권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고 기술총괄 사장 출신으로 정도경영과 기술혁신을 최고의 가치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철강 본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부실 자회사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내실을 기하고 있다.
권 회장은 검찰의 수사로 추락한 신뢰회복을 위해 지난 7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5대 경영쇄신안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5대 경영쇄신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내실 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 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 운영의 최우선 순위로 정착 등을 제시했다.
특히 권 회장은 “포스코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거래, 납품, 외주, 인사 등과 관련한 청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100% 경쟁, 100% 기록, 100% 공개 등 3대 100% 원칙을 적용키로 하고 비위 행위가 한번만 적발되면 바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트 아웃제’를 도입했다.
검찰의 수사 마무리를 계기로 철강을 제외한 계열사 정리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부실 국내 계열사는 단계별 구조조정을 통해 2017년까지 50% 줄여나갈 방침이다. 비핵심 해외 사업은 매각·청산·합병 등을 통해 2017년까지 30% 정도 줄일 계획이다.
한편 포스코는 검찰 수사 발표 후 “전 임직원들의 역량을 총결집해 지난 7월 비상경영쇄신위원회 결과 마련한 ‘혁신 포스코 2.0 추진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하겠다”며 “회사 경쟁력 제고와 건강한 산업생태계 육성 및 국가경제 발전에 지속 기여할 수 있도록 해 이해관계자들과 국민들로부터 조기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그리고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수사결과 발표 내용과 사내외 진심 어린 조언을 겸허히 수렴해 회사 경영전반을 면밀히 재점검함으로써 회사 시스템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일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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