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청구공사액 많아 직격탄 맞을 수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속락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재정이 악화된 중동 등 산유국들의 건설공사 발주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저유가로 중동국가가 어려워지면서 미청구공사대금을 돌려받지 못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형건설사발 어닝쇼크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9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1월 누적 기준 해외건설수주는 406억 달러로 전년 동기 591억 달러 대비 31.1% 감소했다. 특히 플랜트 등 산업 설비 수주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439억6300만달러 대비 절반인 234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8년간 최저 수준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2009년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더욱이 지난 11월까지 중동 수주는 14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6억달러와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실적 부진은 저유가로 인해 중동국가가 입찰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탓이다. 이들은 국부펀드 투자자금 회수는 물론 재정지출을 막기 위해 대규모 건설공사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알카라나(Al-Karanna) 석유화학 콤플렉스 프로젝트(85억달러)를 비롯해 중동에서 진행되던 사업들의 발주를 연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도 라스 타누라 대형 프로젝트(20억달러 규모)의 재입찰을 잠정 중단했다.
올해 발주가 예상된 20억달러 규모의 알마샤이르 모노레일과 얀부 스멜퍼 제련 공장 프로젝트, 50억달러 규모의 메카 메트로 프로젝트 등도 연기됐다.
심지어 저유가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미청구공사대금을 돌려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청구공사대금은 수익 금액 중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한 금액을 제외한 부분을 지칭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미청구공사액이 많은 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삼성엔지니어링과 비슷한 어닝 쇼크를 경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저유가로 인해 주요 해외 건설 시장인 중동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미청구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건설업체들이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금액은 ▲GS건설 3조1739억원 ▲현대건설 3조109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조1708억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6780억원 ▲대우건설 1조5579억원 ▲대림산업 1조3431억원 ▲한화건설 9245억원 등으로 대형건설사 대다수가 상위에 랭크됐다.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은 GS건설이 가장 높은 34.3%,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각각 34.1%, 33.7%로 뒤를 이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엔 주택시장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해외수주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실적악화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개선이나 거시경제 회복세가 더디다면 어닝 쇼크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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