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과 드라마 ‘미생’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핫하면서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작품들이다. 이 두 작품에 모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임시완. 아이돌 스타에서 단숨에 연기파 배우, 충무로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던 그가 차기작을 선보였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충무로 시나리오 대부분은 임시완의 손에 쥐어졌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이 가는데, 그의 선택은 휴먼 드라마 ‘오빠생각’이었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영화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을 연출한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오빠생각’ 인터뷰에서 만난 임시완은 이전에 비해 부쩍 어른스럽고 진지해진 얼굴이었다. 매끄러운 인터뷰를 위해 던진 실없는 얘기에도 미간을 모으며 진지하게 생각하는 그에게서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변호인’ ‘미생’의 인기 이후 첫 작품이다. 시사회 후 든 느낌 어땠나?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제가 나온 부분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보이더라. 그게 보기 불편했다. 특히 화면을 보며 당시 촬영 과정들이 보이고 과연 저 연기가 ‘최선이었을까’ ‘잘한것일까?’하는 의문이 들더라. 더 잘할 수는 없었나 싶기기도 했다.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은 큰 의미 없다. 그저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이 내게 왔다는 생각뿐이다. 무엇보다 처음 연기 시작할 때 주연, 조연에 대해 모르고 시작했다. 어디까지가 주연이고 조연이고 그 선을 정확하게 몰랐다.
실제로 드라마 ‘해를 품은 달’때 감독님이 아역들 모아놓고, 너희들은 주연이기 때문에 책임감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그래서 진짜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후 임하는 작품 모두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데 최근 ‘첫 주연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급 고민스러워 지더라. 혹시 내가 ‘오빠생각’에 임하면서 주연으로 마음가짐을 잘못 가지고 있었나 싶어지더라.
- ‘미생’의 장그래가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하는 아이콘이었다면 ‘오빠생각’의 한상렬은 전쟁의 상처를 입은 당시 청년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미생’의 장그래는 늘 부족해서 누군가 이끌림을 당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반면 한상렬은 누군가를 이끌어 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변호인’에서는 송강호 선배님이 ‘미생’에서는 이성민 선배님이 계셨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작품 초반에는 기댈만한 선생님이 없어 그리웠지만 선배님들의 부재를 (고)아성이와 (이)희준이 형이 채워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으로 이레와 준원이가 등장해 그쪽에 기댔다. 그들의 연기를 보며 나는 충실한 조력자가 되면 되겠다 싶었다. ‘오빠생각’은 한상렬의 시야에서 바라본 아이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때문에 첫 주연 작품이라는 부담감은 크게 없었다.
- 극중 한상렬은 현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인물 같다. 그토록 순수한 어른이 있을 수 있을까?
그 부분이 제가 접근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한상렬은 순수함 잃지 않으려 하면서도 전쟁을 통해 살벌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경험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어른이다. 이런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 남자를 연기하는 것이 매우 고민됐다.
예를 들자면 감독님께 갈고리(이희준 분)와 싸우기 전에 마지막 경고하러 가는 장면에서 감정이 격앙돼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었다. 자칫 나무 침착하면 착한 사람 코스프레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선하고 맑은 마음을 지녔지만 폭발하는 지점을 가진 착하디착한 어른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 ‘오빠생각’은 전쟁영화다. 때문에 전쟁을 겪은 어른이 그토록 착하기만 할까 의문이 든다. 자칫 개연성을 잃을 수 있는 캐릭터 아니었을까 싶다.
한상렬의 존재 이유를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 사람이라도 순수한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우 이상적인 캐릭터다. 그런 한상렬을 보시면서 순수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순수해지길 바란다. 사실 나조차도 ‘한상렬 같은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 자신이 순수하지 않은 어른이지 않구나 싶었다.
-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개념도 약한 세대다. 영화 이후 한국전쟁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한국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자기 살 뜯는 비극은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과거다. 이 영화를 통해 그때에 느꼈던 절망과 피폐함을 조금이나마 어렴풋이 느꼈다.
또 전쟁터에 어린이 합창단이라는 설정을 접하며 저도 신기했다. 전쟁터에 합창단이 웬말인가. 또 실화라고 하니 굉장히 신기하고 의아했다. 그렇지만 대본을 보고 아이들이 노래를 하고 합창단을 만드는 등의 잔상이 가슴을 울렸다. 어린이들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며칠 동안 사로잡혀 이 작품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오빠생각’ 이후 연기적인 면에서 성장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유기적으로 어떻게든 변화 있었을 것이다. 콕 짚을 순 없지만 저라는 사람이 성장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인긴 임시완이 남자로 사람으로서 한 단계 오른 것 같다.
- 지금까지 매우 진지한 작품에 진지한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코로나 멜로를 시도해 볼 생각은 없나?
-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나 진지한 로맨스 하고 싶다. 로코 남자 주인공 하고 싶다.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는 제가 피하는 게 아니라 로코와 멜로가 저를 피하는 것 같다.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다. 섭외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다.
- 2016년 새해 가장 가슴에 담아둔 것을 세 단어로 축약 한다면?
오빠. 생각. 대박이다.(웃음) ‘오빠생각’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대중의 판단이 남아있다. 걱정된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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