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3일 파생상품시장 개장 20주년규제 강화에 세계 1위에서 10위권 밖으로개인투자 급감··· 外人 마저 시장 떠나전문가들 "당국의 사고 전환 필수" 한목소리
하지만 축하 분위기와 별개로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각종 규제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거래만 위축시키는 등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지난 1996년 5월3일 코스피200 선물 거래를 시작으로 출범했다. 동아시아 금융 허브를 다투는 홍콩(1986년)과 일본(1987년)에 10여년 정도 늦은 출발이었지만 놀라운 성장 속도로 몇 년만에 이들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개설 직후인 1996년 하루 평균 3670계약에 불과하던 상품 거래량은 지난해 318만7952계약으로 800배 이상 급증했다. 코스피200 선물 다 한 종목만 거래됐던 상품 수도 현재 30종목까지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국내 경기가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직후인 2000년대에는 최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2001년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세계 주요 거래소 가운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이후 2011년까지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다양한 규제에 묶여 가파른 성장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위축됐다.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기 행태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한 개선안이 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물론 2010년 ‘도이치 사태’를 비롯해 2013년 12월 ‘한맥 사태’ 등 파생상품시장에서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무분별한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선물·옵션 거래 기본예탁금을 올리는 등 개인투자자 비중 낮추기에 나서면서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외국인 주도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한 때 50%를 넘었던 개인투자자 비중은 최근 20%대로 떨어진 반면 외국인투자자는 60%를 돌파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정작 파생상품시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거래량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세계 1위의 거래량은 매년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현재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규제는 건전한 투기적 거래마저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줄고 외국인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됐지만 정작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외국인들도 국내 시장을 떠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금융당국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침체된 파생상품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7월 코스피200 선물·옵션의 계약당 거래금액을 5분의1로 축소한 미니코스피200 선물·옵션 도입을 시작으로 주식선물 기초자산 종목을 100종목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투자자 유인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올해 안에 유럽 대표지수인 유로 스톡스(EURO STOXX)50선물과 인도 대표지수인 S&P 센섹스(SENSEX) 선물을 도입하기로 하고, 우정사업본부와 국민연금의 파생상품 차익거래에 대해 비과세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수준의 노력으로는 한 번 냉각된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보다 투자자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파격적인 제도 개선과 상품 개발 노력 등이 선행되어야만 과거 세계 1위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시장은 일정 수준의 변동성이 보장되야만 살아날 수 있는 시장”이라며 “변동성을 제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국의 사고 전환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hms@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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