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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이부진·정유경, 新 유통맞수 뜬다

사촌 이부진·정유경, 新 유통맞수 뜬다

등록 2016.05.10 07:10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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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부터 호텔 사업으로 경쟁‘황금알’ 시내 면세점으로 전장 확대신영자·이명희 이은 여성CEO 맞대결이부진, 호텔신라 최대 실적 이끌어정유경, 백화점·면세점 전담 진두지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사촌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정유경 사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녀로 사촌지간이다. 이부진 사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남매로, 이 사장에게 정 사장은 고종사촌 동생, 정 사장에게 이 사장은 외사촌 언니다.

재계 3세 여성 경영인이자 장녀인 두 사람이 호텔 사업에 이어 면세점에서까지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되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이 사장은 25세였던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후 2001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겨 16년째 삼성그룹의 호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어려웠던 경영 환경에서도 사상 최대 매출을 실현했다. 제주신라호텔에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후에는 영업중단, 투숙객 응대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메르스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직접 중국을 날아가 중국 현지 여행사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2011년부터 4전5기 끝에 최근 허가를 받아낸 한옥호텔 사업도 이 사장의 뚝심으로 평가된다.

특히 호텔사업뿐 아니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면세점 시장에 대응해 명품 유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면세사업을 키워온 것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지난 2011년 전 세계 공항 면세점 최초로 루이뷔통을 유치하며 면세업계 리더로 자리매김 했다.

또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은 것은 이 사장의 승부수로 꼽힌다. 그 결과 호텔신라는 지난해 7월 7대2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했고 최근에는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중 최초로 루이뷔통 등 LVMH그룹의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정유경 사장도 1996년 24세의 나이로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했다. 2009년 신세계 부사장을 맡을 때까지 조선호텔 프로젝트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호텔 사업을 이끌었다. 동시에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해외 출장길에 수시로 동행하며 조용히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

전통적인 유통회사인 신세계그룹의 주력 사업인 백화점으로 옮기면서 정 사장은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파슨스에서 패션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신세계의 패션사업을 지휘하다 백화점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정 사장은 최근 지난달 말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각자 보유한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시간외 매매를 통해 교환함으로써 백화점을 완전히 책임지게 됐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취임한 정 사장의 ‘백화점 총괄사장’이라는 직책도 정 사장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백화점 총괄사장이 된 후 처음으로 선보인 신세계 강남점 증축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은 호텔, 패션, 명품사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면세점 사업까지 전담하게 되면서 사촌언니인 이 사장과의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신세계는 그 동안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에 면세점을 운영 중이었지만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내주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 사장이 지난해 먼저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했고 최근 루이뷔통 유치까지 성공하면서 동생 정 사장에게 한수 먼저 보여준 상황이다. 그러나 정 사장 역시 국내 최초 명품 편집매장 도입,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의 해외 명품 수입 사업, 백화점 경영 능력 등 등 명품 유치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명품 유치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은 이 사장과 다소 경영 스타일이 다르다.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이어가는 사촌 언니 이 사장과 달리 정 사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로 공식석상 노출이 적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정 사장이 직접 지휘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전문경영인인 최홍성 사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번 면세점 사업이 그룹 신성장동력이며 정 사장이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을 완전히 전담한 만큼 정 사장이 내주로 예정된 면세점 오픈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사장과 정 사장 사이의 대결은 과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이명희 회장 사이에서 벌어졌던 경쟁구도에 비유된다.

신 이사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뒤 1979년 롯데백화점 설립에 참여했다. 2005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 명품관 ‘애비뉴엘’도 신 이사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1979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서 활동하면서 1998년 신세계그룹 회장에 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2위 백화점이 됐고 이마트는 대형마트 업계 1위에 확고히 자리했다.

이 회장은 현재 자녀들에게 그룹 경영을 맡기고 후계를 준비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권을 쥐면서 2012년 롯데쇼핑 사장에서 물러난 후 그룹의 사회공헌활동에 전념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영자 이사장, 이명희 회장 등 1세대 여성 경영인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치열했던 경쟁이 저물어가고 있다”며 “이부진 사장과 정유경 사장이 면세점 등 유통엄계에서 새로운 경쟁체제를 만들어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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