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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5000억 투입하고도 쓰러진 STX조선의 교훈

4조5000억 투입하고도 쓰러진 STX조선의 교훈

등록 2016.05.26 16:37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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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금 대주듯 ‘찔끔찔금’ 지원해지원자금 대부분 이자로 날아간 셈정치권·노조 청원압력에 시기 놓쳐구조조정 적기 놓치면서 손실 커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뉴스웨이DB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뉴스웨이DB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계 구조조정에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STX는 4조5000억원이 투입됐지만 결국 부활에 실패하면서 현재의 구조조정 방식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TX조선은 지난 2008년 수주잔량 세계 4위를 기록하면서 ‘조선 빅4’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경영악화가 심화되면서 위기에 빠졌다.

경영난에 시달린 STX조선은 2013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 지금까지 3년간 총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영정상화에 실패했고 결국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그동안 위기 극복을 위해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의 변신도 꽤했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STX조선을 시작으로 조선업계의 연쇄 부도를 우려하고 있다. 중소 조선소뿐만 아니라 대우조선까지도 우려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다른 조선소들이 STX조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 방식을 재검토하고 명확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이 명확한 대원칙이 없이 임시방편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STX조선에 지원된 금액도 ‘찔끔찔끔’ 이뤄져 오히려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013년 4월 6000억원을 지원하고 두 달 뒤 다시 2500억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같은 자금은 사실상 직원 급여나 이자 등 매월 들어가는 운영자금에 쓰이면서 회사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지원이 매월 운영자금을 대주는 방식이었다”며 “차라리 처음부터 큰 돈을 지원했다면 오히려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이 처음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뒤 특화 조선소로의 변신을 모색했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됐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다.

반대로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부실기업을 정리할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법정관리를 막아보려다 오히려 손실이 커진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조선업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만 믿고 부실기업을 연명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지난 3년간 시간만 끌었다는 비판이다.

STX조선은 채권단이 지원하는 운영자금에 의존해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저가 수주를 계속했고 배를 만들면 오히려 손해인 상황에서도 연명해왔다.

저가 수주에 나서는 조선소 때문에 멀쩡한 업체들도 동반부실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점도 허투루 흘려듣기 어렵다.

지역 여론에 따라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일례로 STX조선이 소재한 창원시의 안상수 시장은 지난해 2월, 8월, 11월에 세차례에 걸쳐 청와대·금융위원회 등에 STX조선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달라는 청원서를 보냈다.

결국 STX조선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구조조정 논의가 한참인 국내 조선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STX조선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조속한 정상화와 자금 회수가 핵심이다.

대우조선은 STX조선과 달리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을 털어내면 조속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STX조선의 법정관리 개시 이후의 행보도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 회생과 청산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게 되는데 벌써부터 곧바로 청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가 수주절벽에 놓인 상황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회사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가장 최근 법정관리를 졸업한 대한조선의 사례처럼 채무를 탕감한 뒤 영업이익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대한조선으로 2014년 7월 법정관리에 돌입해 1년3개월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법정관리 이후의 STX조선의 행보가 결국은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 자율협약 중인 다른 조선소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6일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앞으로의 구조조정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며 “돈만 붓는 구조조정은 올바른 구조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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