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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택한 삼성패션···‘사업 명운을 걸다’

‘선택과 집중’ 택한 삼성패션···‘사업 명운을 걸다’

등록 2016.07.28 10:21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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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침체, 실적 악화에 ‘포트폴리오 변화’ 중대 결단남성복·액세서리 브랜드 통폐합 통해 경영 효율화 모색SPA 에잇세컨즈에 역량 집중···패스트 패션으로 무게 이동곧 중국진출···성공 여부에 따라 패션사업 존폐까지 판가름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임 임원 만찬’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임 임원 만찬’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삼성물산 패션부문(이하 삼성패션)이 ‘선택과 집중’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브랜드 통폐합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 패션사업을 단독으로 이끌게 된 이서현 삼성패션 사장이 직접 나서 경영 효율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이번 브랜드 통폐합 후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삼성그룹 패션사업의 색깔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외적으론 일상적인 사업 효율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삼성패션 사내에서는 이번 경영 효율화의 성공 여부에 그룹의 패션사업의 명운이 걸렸다는 위기감이 짙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패션은 지난 14일 사업점검회의를 열고 브랜드 효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산발적으로 나뉘어있는 브랜드들을 통폐합해 효율성을 추구하고 ‘잘 되는’ 브랜드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전략이다.

이번 브랜드 효율화 전략은 남성복 및 액세서리 브랜드 통폐합, 그리고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중국 진출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삼성패션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해 업계에서는 매우 중대한 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마저 브랜드 통폐합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에 공감하면서도 ‘정통’ 패션 브랜드에서 패스트 패션으로 이동하는 삼성패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패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도 이번 포트폴리오 개편, 특히 에잇세컨즈의 중국에서의 성공 여부에 그룹 패션사업릐 존폐까지 걸려있다고 말할 정도로 중차대한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패션의 포트폴리오 재편의 핵심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사업이다. 삼성패션은 9월 중 중국 상하이에 에잇세컨즈의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또 알리바바와 협업해 온오프라인에서 중국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에잇세컨즈는 매년 매출이 성장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 상권에 5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을 내는 전략을 취하다보니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론칭 5년차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으로 내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의 성공에 거는 기대감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패션 관계자는 “패션 시장은 올해 38조9000억원 규모로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SPA는 유일하게 7.3%대 성장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며 “SPA의 시장 성장성이 높고 에잇세컨즈가 한국인 체형에 맞는 등 최근 시장에 안착하고 있어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삼성패션은 실적이 부진했던 남성 캐주얼 브랜드 엠비오는 내년 2월 이후 사업을 접기로 했고 지난해 하반기 론칭했던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는 이례적으로 내년 초 영업을 끝내기로 했다.

남성복 부문은 갤럭시와 로가디스를 중심으로 재편을 단행한다. 고급 브랜드는 갤럭시로, 비즈니스 캐주얼과 중저가는 로가디스로 시장을 분리하고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잠식 현상)이 발생하는 영역을 없앤다는 목표다. 이에 로가디스의 세컨드 브랜드이자 프리미엄군인 로가디스 컬렉션을 갤럭시로, 중저가 로가디스 그린을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흡수한다.

액세서리의 경우 1000억원대 브랜드인 빈폴 액세서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라베노바는 시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조기에 철수하기로 했다.

이외에 여성복은 대표 브랜드이자 성장세가 높은 구호와 르베이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별도 브랜드로 운영되던 빈폴키즈의 경우 빈폴맨 산하 키즈라인으로 통합한다. 비이커는 기존에 수입사업 중심으로 운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유통형 사업으로 발전시켜 라이프스타일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이서현 사장의 굳은 실적 개선 의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패션은 지난해 매출 1조7383억원에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6.1% 줄었고, 영업이익은 560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770억원, 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소폭 성장했다. 2분기에도 매출 4390억원, 영업이익 10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다만 2014년에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사내방송을 통해 “변화에 맞서려면 현재의 좌표를 점검하고 지금보다 10배는 빨라져야 한다”며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에 패션사업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이 같은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패션이 SPA에 올인하면서 사업 존폐까지 건 승부수를 걸었다고 본다”며 “단순히 잘 하는 브랜드를 더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향후 패션 사업의 성격까지 바꾸게 될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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