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채권단, '기한 연장' 카드로 조양호 회장 압박

지난 7월 기한 연장 가능성 내비췄으나

기간 만료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잠정 결론’ 요구하며 모호한 입장 취해

한진해운 첫 사채권자 집회.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3개월 기한 조건부 자율협약 기간 만료일인 8월4일이 다가오자 기한 연장이란 카드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압박에 나섰다.

2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채권단 회의에서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기간을 1개월 연장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채권단 측은 8월 들어 기한 연장을 위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의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냐는 설명이다.

해운업계에선 만료가 2일 남은 상황에서 연장을 확정 짓지 않은 이유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압박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향후 1년 6개월 동안 1조~1조2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과 한진그룹 차원의 지원이 한진해운에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 측은 늦어도 기존 만료일 전엔 한진해운이 잠정결론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 측은 한진해운이 제출하는 용선료 조정 협상과 선박금융 유예 협상 잠정결론 서류를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 하에 기한 연장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해운 자율협약 기한 연장을 하려면 시간을 좀 더 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근거가 필요한 상황인데 아직까지 한진해운 측에서 제출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제출하겠다는 언질도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의사를 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측은 용선료 조정 협상과 선박금융 유예 협상이 단기간에 결론을 도출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단에서 기한을 연장해 줄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수시로 관련 사항을 보고하고 있는데다 용선료 조정 협상과 선박금융 유예 협상이 단기간에 결과물을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넘어갈 경우 채권단의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무리수를 두겠냐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우 막판까지 협상이 이어져 결국 조건을 맞췄다”며 “통상적으로 기한 연장은 이해관계가 맞으면 연장을 해왔는데 현재 한진해운이 진행하는 협상들이 단시간 내에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채권단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ljh@